일본 상품 불매운동의 불똥이 국내에서 활동 중인 일본 연예인 퇴출 운동으로 번졌다. 걸그룹 ‘트와이스’와 ‘아이즈원’이 주요 표적이다. 트와이스에는 사나ㆍ모모ㆍ미나, 아이즈원에도 미야와키 사쿠라ㆍ혼다 히토미ㆍ야부키 나코 등 각 3명의 일본인 멤버가 있다. 앞서 사나는 일왕 연호를 사용해 비판 받았고, 아이즈원 멤버도 자위대 홍보물 촬영 등으로 우익 논란을 빚었다. 유니클로 등 일본 브랜드 광고를 찍은 국내 연예인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는 경우도 잇따른다.
□ 퇴출 운동 지지자들은 “일본 연예인을 소비하는 것은 일상에 스며든 일본 문화를 경각심 없이 받아들이는 것과 똑같다”고 주장한다. 반론도 거세다. 배우 김의성은 “아베가 날뛰는데 왜 사나를 퇴출시키느냐”고 SNS에 썼다. 역사학자 전우용도 “퇴출시켜야 할 대상은 일본 국적 연예인이 아니라 ‘한국 국적의 일본 군국주의 추종세력’”이라고 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꽤 있는 국내 활동 일본 연예인까지 적으로 만들면 우리가 어떻게 이길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 일본은 세계 2위의 음악시장이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발해 한한령(限韓令)을 내리면서 한류 콘텐츠의 일본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2017년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가 일본에 진출한 이후 K팝 호감도가 치솟으며 3차 한류가 일고 있다. 이들이 일본에서 낸 음반마다 오리콘과 라인뮤직 차트를 석권했다. 반한 분위기 속에서도 한류가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방송 제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요구로 양국 관계가 냉각됐을 때도 일본 방송에서 한류 콘테츠가 사라졌다.
□ 한일 갈등은 장기화할 우려가 크다. 한반도의 불행한 과거사를 둘러싼 역사 인식의 괴리가 갈등의 근원인 탓이다. 이럴수록 우리 편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일본 언론들조차 아베의 경제 보복은 정치 문제에 경제를 끌어들인 어리석은 행동이라 비판한다. 일본의 양심세력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국적 연예인을 배척하는 것은 보수층 결집을 노리고 ‘한국 때리기’에 나선 아베 정부만 도와주는 꼴이다. 애꿎은 일본 연예인들을 아베 정치의 희생양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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