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7일(현지시간) 전 세계 개발자와 디자이너, 취재진 등 5,000여명이 모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무대 위로 저스틴 데니슨 삼성전자 미국법인 전무가 올라왔다. 무대 불빛이 꺼지고, 양복 안주머니로 향했던 그의 손에 들려있던 기기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5,000여명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삼성전자의 폴더블(접히는) 스마트폰 시제품이 처음으로 공개된 날이었다.
그런데 8개월이 지났지만 ‘갤럭시폴드’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당초 지난 4월 출시 예정이었다가 스크린 결함 논란으로 한 차례 연기 소식을 알린 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도 “수주 내 출시 일정을 공지하겠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출시 연기 직후 흘러나왔던 ‘5월 중 출시 일정 재공지, 6월 출시’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상황에서, 스마트폰 판매를 위해 삼성과 물량 규모, 입고 일정을 논의해야 하는 이동통신사들은 “7~8월 출시는 물 건너 갔다”고 보고 있다. 스마트폰 차기작인 갤럭시노트와의 판매 시차, 신형 아이폰 공개 시점, 화웨이 등 경쟁 폴더블폰 출시 시기 등을 고려할 때 9~10월 출시가 유력하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갤럭시폴드는 시제품 공개부터 출시까지 장장 1년 가까이 걸린 제품이 되는 셈이다.
8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이동통신 3사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 입고가 완료돼 망 연동 테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갤럭시노트10은 오는 8월 7일 공개된다. 반면 갤럭시폴드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통신사 관계자는 “문제를 해결한 제품이 들어와야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갤럭시폴드는 출시 연기 발표 이후 아직까지 입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통신사 입고 후 테스트는 회차당 4, 5일씩, 6~7차에 걸쳐 진행하는 만큼 갤럭시폴드의 7월 출시는 불가능하다는 게 통신업계의 설명이다. 8월 출시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8월은 삼성전자 주력 프리미엄 라인업이자 하반기 스마트폰 사업 실적이 달려 있는 갤럭시노트 출시 시기이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10에 주력해야 할 시기에 굳이 갤럭시폴드를 끼워 넣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배터리 발화 문제로 회수한 ‘갤럭시노트7’ 미개봉 제품과 미사용 부품을 활용해 만든 ‘갤럭시노트FE’를 내놓을 때도 ‘갤럭시S8’(2017년 3월 공개ㆍ4월 출시)과 ‘갤럭시노트8’(8월 공개ㆍ9월 출시)을 피해 7월을 택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삼성이 갤럭시폴드 결함 문제를 해결했지만 추가 검증을 철저히 진행하며 출시 타이밍을 보고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화면 보호용 필름이 화면과 베젤(테두리) 전체를 덮어 소비자가 떼어낼 수 없도록 하고, 펼쳤을 때 화면이 더 팽팽하게 늘어나도록 힌지(접히는 부분)를 기존보다 더 위쪽으로 올려 이물질 유입 가능성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하게 꼽히는 출시 시기는 9월이다. 애플은 매년 새 아이폰을 9월에 공개하며, 화웨이 측도 자사 폴더블폰 ‘메이트X’ 출시 시기로 “9월을 넘기진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10의 ‘카니발리제이션’(자기시장잠식)을 피하면서도 화웨이의 폴더블폰 출시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며 “아이폰 견제 효과도 보려면 9~10월 출시가 유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