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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뉴스 미디어로서의 유튜브 책임

입력
2019.07.08 18:33
수정
2019.07.09 13:45
30면
0 0

※ ‘36.5℃’는 한국일보 중견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유튜브에서 문재인 대툥령의 G20 불참 의혹을 주장하는 유튜브 영상들. 유튜브 캡쳐
유튜브에서 문재인 대툥령의 G20 불참 의혹을 주장하는 유튜브 영상들. 유튜브 캡쳐

얼마 전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가 국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연 행사에 다녀왔다.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전달하고 있는 언론사 담당자들에게 유튜브의 뉴스 정책과 앞으로 준비 중인 서비스 등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유튜브 관계자들은 뉴스와 관련된 정책이 어떠한지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최근 언론사에게도 유튜브는 뉴스 전달 채널로서 중요해졌기 때문에 귀 기울여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유튜브에 따르면 2016년 이후 뉴스 콘텐츠 시청 시간은 3배 가까이 증가했고, 관련 매출도 약 4배 늘었다고 한다. 유튜브 입장에서도 뉴스는 중요한 영상 콘텐츠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유튜브 속 뉴스 콘텐츠 소비 성과는 도드라진다. 지난달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미디어이슈 5권 2호에 실린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9(Digital News Report 2019)'에 따르면, 국가별 설문조사에서 '유튜브에서 지난 1주일 동안 뉴스 관련 동영상을 시청한 적이 있다'는 응답 비율이 한국은 40%를 기록했다. 이는 38개 조사대상국 중 4위로 전체 평균 26%보다 14%포인트나 높은 수치이다. 유튜브 뉴스·시사정보 시청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인 터키(57%), 대만(47%), 멕시코(41%) 다음으로 높다.

한국의 유튜브 뉴스 이용자층도 독특하다. 이 리포트에 따르면 38개국 전체적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유튜브 뉴스·시사정보 시청 비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한국은 연령대와 무관하게 고르게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시청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5세 이상 유튜브 뉴스·시사정보 시청 비율을 보면 한국은 42%로 38개국 평균 22%를 20%포인트나 웃돌았다. 기존 언론을 향한 불신과 보수성향 정치 유튜버의 활성화 때문인 걸로 풀이된다. 어쨌든 이 정도면 유튜브는 이제 한국에서 주요 뉴스 미디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이다.

그렇다면 유튜브는 뉴스를 전달하는 미디어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을까. 가장 많은 논란이 이는 부분이 유튜브 추천 영상이다. 유튜브는 정확한 원리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용자가 한번 시청한 영상을 분석해 비슷한 주제나 유형의 영상을 지속적으로 추천하면서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유도한다. 문제는 자극적이고 논란이 큰 뉴스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되고, 재생산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관심이 높지 않지만 의미와 깊이를 담았다고 평가되는 뉴스는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고 추천영역에서 사라진다. 작지만 의미 있는 목소리는 사라지고, 말초신경 자극적인 기사만 더 반복해서 재생되게 되는 것이 추천 알고리즘의 맹점이다. 이용자는 반복 시청을 통해 그 이슈 속에 갇히게 되고 편견과 고정관념이 강화되는데, 이게 흔히 말하는 ‘필터 버블’(확증편향)이다. 이용자가 만약 가짜뉴스에 반복 노출돼 갇히게 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하지만 유튜브는 뉴스가 확산되고 소비되는 모든 환경을 이용자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지난해 출간된 책 ‘세계는 왜 가짜뉴스와 전면전을 선포했는가?’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거짓은 날아오고, 진실은 그 뒤를 절뚝거리며 온다." <걸리버 여행기>를 쓴 영국의 풍자작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말이다. 거짓말은 사람들의 마음속을 쉽게 파고들지만 진실을 추구하는 일은 복잡하고 번거로운 과정을 요하기 때문에 더딜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짜뉴스와 싸우고 있다. 그 중심에 유튜브와 온라인 미디어가 있다. 내년 큰 선거를 앞두고 있는 우리는 이번엔 포털 댓글이 아닌 유튜브와 함께 선거를 치러낼 가능성이 커졌다. 유튜브가 뉴스 콘텐츠를 위해 많은 부분 개선 노력을 하고 있지만 뉴스 미디어로 기능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마음이 급해진다.

강희경 영상콘텐츠팀장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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