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종료 잰걸음… 정부는 “이용자 보호” 신중모드 
2004년 휴대전화 화면은 가로라는 고정관념을 깨며 등장한 삼성 애니콜(SCH-V500) 모델. 삼성전자 제공

수 십 년 간 ‘01X’ 번호의 2G폰을 쓰고 있는 A씨는 몇 달 전 이동통신사로부터 ‘연말에 2G폰 서비스 종료할 계획’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A씨는 오래된 지인들까지 모두 아는 이 번호를 없앤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최근 국민신문고에 이 번호를 유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다행히 담당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사업자가 대응 등의 한계로 종료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최종 결정된 바 없다”는 답변을 들어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A씨는 여전히 ‘언제 내 번호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5G 서비스 시대’가 열리면서 이통사의 ‘2G서비스 종료’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통사는 관리운영 상 문제점과 시대적 흐름 등을 폐지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정부는 이용자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신중하게 판단한다는 입장이어서 당장 이통사의 뜻대로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2G 이용자(회선)는 SK텔레콤 72만217명, LGU+ 64만1,610명, 알뜰폰(MVNO) 4만2,402명 등 140만4,229명이다.

2019-07-09

2G 가입자는 2014년 633만명에서 2015년 471만명, 지난해 220만명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 앞서 KT는 2012년 4G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대역 확보를 위해 2G서비스를 강제 종료해 현재 2G 가입자가 없다.

KT에 이어 2G서비스 종료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SK텔레콤이다. 23년 간 이어온 서비스를 올 연말 종료 계획을 세우고, 이를 이용자들에게 안내했다.

SK텔레콤은 대신 2G에서 3G나 4G로 전환하는 가입자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30만원 단말 구매지원금 및 24개월 간 매월 요금 1만원 할인 또는 24개월 동안 매월 사용요금제의 70% 할인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LGU+와 MVNO는 아직 2G서비스 종료 계획이 없다.

SK텔레콤은 장비와 단말기 노후화와 생산 중단에 따른 관리 운영상 문제, 시대적 흐름 등을 2G 종료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는 2014년 이후 2G 단말기를 전혀 공급하지 않고 있어 단말 노후 문제에 따른 장애로 문의가 들어와도 딱히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이통사는 또 2G 장비와 부품 생산이 2010년 이후 중단됐고, 현재 생산업체가 아예 없어 유지ㆍ보수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지금은 이통사가 확보한 예비 자재로 일정 기간 대응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조만간 한계가 온다고 하소연한다.

이통사는 해외에선 대부분 2G 서비스가 종료됐다는 점도 적극 어필하고 있다. 미국 AT&T는 2017년 1월, 일본 NTT도코모는 2012년 3월, 소프트뱅크는 2010년 3월, 호주 텔스트라는 2008년 4월 2G 서비스를 없앴다. 미국 버라이즌은 올 연말, 일본 KDDI는 2022년 3월 보다 완성도 높은 5G 서비스 제공을 위해 3G 서비스까지 종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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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자경 SK텔레콤 매니저는 “2G 서비스를 지속하는데 여러 측면에서 이미 한계에 봉착했고, LTE 이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2G가 망을 잡아 먹고 있다”며 “2G 주파수를 쓰면 LTE로 6,500배 이상의 이용량 수용이 가능하다. 국민 편익 측면에서도 2G 종료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SKT의 2G 종료 계획이 계획한 연말에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주파수 소유권자로, 2G 서비스 종료 최종 결정권을 가진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2G 서비스 종료를 위해선 사업자가 폐지 예정시한 60일 전에 이용자들에게 알리고, 잔존 가입자 수 등을 고려해 정부에 폐지신청을 해야 한다. 정부는 이에 대해 이용자 보호계획의 적정성 등을 심사해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이환욱 과기부 사무관은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2G 서비스 종료와 관련한 민원이 들어오고 이는데, 현재로선 2G 서비스 종료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KT의 경우 승인해 줄 때 15만명 이상 남아 있었다”면서 “KT 사례처럼 잔존가입자 수가 많고, 앞으로 신청이 들어올 때 이용자보호계획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면 승인을 안 해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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