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영국 대사가 내부 보고용 문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 행정부를 ‘무능하다’ ‘서툴다’ 등으로 묘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6일(현지시간)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가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영국 외무부에 보낸 이메일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대럭 대사는 보고서에서 "백악관은 유례없이 고장 난 상태"라며 "트럼프 대통령 치하에서 분열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덜 분열되고, 덜 어설프며, 덜 서투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말 그대로 ‘가망이 없다’는 뜻이다.
대럭 대사는 특히 2016년 미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 공모 의혹과 관련해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경력이 불명예스럽게 끝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백악관 내부에) 피 튀기는 내분과 혼돈이 있다는 언론 보도는 대부분 사실”이라며 이러한 내분 양상이 “칼 싸움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해선 덜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실패한 인물로 인식해선 안 된다”며 “재선을 향한 길이 있다”고 했다. 특히 그가 수많은 스캔들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능력에 대해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영화 '터미네이터' 마지막 장면에서 불꽃 속에서 멀쩡히 나타나는 것처럼 (대통령도) 아무 타격을 받지 않는다"고 썼다.
영국 외무부는 해당 보도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외무부 대변인은 "정부는 해외 주재 대사들이 정직하고 있는 그대로의 정치 상황을 알려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그들의 관점이 장관이나 외무부의 관점과 항상 일치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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