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 등 미국의 적절한 역할 필요성도 강조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한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7일 한일 간 무역갈등은 양국 정상이 만나서 해결해야 하며, 미국이 중간에서 일정한 역할을 기대한다고 제언했다.
반 위원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한일 관계가 이렇게 가는 것은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이야말로 정상 간에 같이 얼굴을 맞대고 진짜 격의 없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더 곪아 터지게 돼 있으니 환부를 빨리 도려내야 한다”며 1998년 ‘김대중ㆍ오부치 공동선언’처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위원장은 미국이 한일 양국의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거시적인, 국제적인 안목에서 한일 관계를 해결하려면 미국의 어떤 어드바이스, 중재적인 역할도 필요하다”며 “정식 중재는 아니더라도 미국이 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최근 만난 미국 측 인사에게도 미국 역할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미측 인사는 “알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일본을 향해 쓴 소리도 했다. 반 위원장은 “일본이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무역 관계에 대한 합의를 한 3일 후에 이런 (수출규제) 조치를 한 것은 참 마땅치 않다”며 “바람직스럽지 않고 너무 성급했다”고 유감을 표했다. 다만,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해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 어떠한 조치를 할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해선 “상당히 소극적인 자세”라면서 “아쉽게 생각한다”며 에둘러 우리 정부의 유연한 대응방식을 주문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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