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ㆍ한국당 ‘대변인 말’ 2년2개월치 분석]
총 1만4708회 사용, 하루 19회 꼴… 상대방 비판 때 ‘국민의 뜻’ 내세워
이해찬 취임 후 ‘자유한국당’, 나경원 취임 후 ‘좌파 독재’ 언급 급증
여야 정당들이 공식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말은 ‘국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툭하면 국회를 파행시키고 정쟁에 몰두하는 등 ‘국민’은 안중에 없는 행보를 보이면서도, ‘국민’이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입에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일보가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9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2년 2개월 동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대변인(대변인ㆍ원내대변인ㆍ부대변인 등 모두 포함)의 논평과 브리핑 5,781개를 전수 조사해 분석한 결과, 두 당이 가장 많이 언급한 말은 ‘국민’으로 조사됐다. ‘국민’은 두 당을 합해 1만4,708회 사용됐다. 두 당이 매일 발표한 논평과 브리핑에 ‘국민’이 하루 평균 약 19회나 등장한 셈이다. 민주당(7,446회)과 한국당(7,262회)의 사용 빈도는 비슷했다.
정치인들이 입으로만 위한다는 ‘국민’은 두 당의 논평ㆍ브리핑에서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두 당은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거나 상대방을 비판할 때 ‘국민’을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했다. “국민을 모독한 발언을 철회하라” “국민들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등의 표현처럼, 여당은 야당을 비판할 때 ‘국민’을 수시로 동원했다. “국민보다 정권의 안위가 우선인가” “국민이 공감 못하는 정책은 폐기하라”고 주장하는 등, 야당은 ‘국민의 뜻’이라고 포장해 정부ㆍ여당을 비판했다. ‘국민’ 다음으로 여야가 애용한 것은 ‘정부’ ‘국회’ ‘대통령’ ‘의원’ 등 의정 활동과 밀접한 말이었다.
두 당은 문 대통령 임기 1년차 까지는 ‘검찰’ ‘개헌’ ‘적폐’ 등을 자주 입에 올렸다. 집권 초기 여야가 검찰의 적폐 수사와 개헌 등을 고리로 주도권 싸움을 벌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권 1년차 이후에는 ‘민생’ ‘경제’ ‘일자리’ 등을 언급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경제 악화에 따라 ‘민생경제 살리기’로 정치권의 초점이 이동한 데 따른 것으로, 여야는 일자리와 성장률, 소득주도성장 등 민생경제 문제를 중심으로 공방을 벌였다. 문 대통령 임기 1년차를 지나면서 민주당이 ‘노력’ ‘합의’ 등을 자주 언급한 것은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 실현을 위한 여야 합의와 노력을 강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쟁은 민생보다 힘이 세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강성’인 이해찬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8월 이후,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국민’보다 더 많이 거론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극심한 대립이 논평에 적나라하게 반영된 결과다. 한국당에선 지난해 12월 나경원 원내대표 취임 이후 ‘좌파독재’ ‘북한’ 등이 자주 언급된 것도 눈에 띈다.
민주당은 황교안 대표와 홍준표 전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김성태 전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를 직접 겨냥하는 비율이 높았다. 반면 한국당은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패싱’하고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공격했다.
한국일보의 이번 조사는 민주당과 한국당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대변인 브리핑과 논평을 파이썬프로그램을 통해 엑셀 소프트웨어로 추출한 뒤, 명사 형태의 단어를 별도로 계산해 분석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데이터분석 박서영 soluck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