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가르치는 ‘학교 성교육’ 언제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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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가르치는 ‘학교 성교육’ 언제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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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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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외모, 남성은 경제력’ 등 

 인식 변화 못담아 비판 목소리 

 올해 상반기 보급하기로 했던 

 성교육 표준안 개편 작업은 중단 

2017년 8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가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 폐기를 위한 16,698명 서명 제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학교성교육표준안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중 학교 현장에 보급되기로 했던 학교 성교육 표준안 개편 작업이 첫 발도 떼지 못한 채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에서는 여전히 성차별적 내용이 담긴 기존 표준안에 따라 수업을 하고 있어 시대에 맞는 지침 마련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대한 개편 작업은 지난 2월 이후 중단됐다. 지난해 3월 제3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교육분야 성희롱ㆍ성폭력 근절대책 추진 계획으로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개편해 올해 상반기 중 보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약 1년만에 소리 소문 없이 멈춘 셈이다.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관계자는 “표준안 개정을 위해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정책연구과제를 발주했지만 모두 유찰됐다”며 “민감한 주제라 선뜻 나서는 연구자가 없어 잠정 보류 중”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관련 사업 예산은 책정되지 않았다.

교육부가 2015년 배포한 ‘학교 성교육 표준안’은 성별 고정관념과 성차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 발표 당시부터 큰 비판을 받았다. 미혼 남녀의 배우자 선택 요건으로 ‘여성은 외모, 남성은 경제력을 높여야 한다’고 서술하거나, ‘남성은 성에 대한 욕망이 때와 장소와 관계없이 충동적으로 급격하게 나타난다’와 같은 왜곡된 성의식을 조장하는 식이다. 남녀가 데이트 비용을 다르게 내는 것이 데이트 성폭력으로 이어진다거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윤리적 문제로 규정하는 서술도 지적됐다.

비판이 커지자 교육부는 표준안을 바탕으로 한 교육 자료의 내용을 일부 수정해 2017년 현장에 배포했다. 그러나 여전히 ‘(성폭력 방지를 위해)부모님이 안 계실 때 이성친구를 초대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피해자에 책임을 묻는 식의 관점이 담겨있는데다, 미혼모ㆍ부를 폄하하는 서술도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표준안을 손보기로 결정한 건 2017년 이후 학내 성차별ㆍ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미투’가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인식변화에 맞는 성교육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는 ‘초ㆍ중ㆍ고 페미니즘교육 의무화’ 국민청원에 21만3,000여명이 서명해 청와대가 직접 답변을 하기도 했다. 정부가 성교육 표준안 개편을 발표하면서 “성폭력 대응 차원을 넘어 피해자 인권보장, 양성평등, 민주시민교육 관점을 반영하겠다”고 한 것도 이 같은 여론에 따른 것이다.

현장에서 청소년을 교육하는 전문가들은 성평등 관점이 강화된 포괄적 성교육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포괄적성교육권리보장을위한네트워크 관계자는 “지난해 8월 교육분야 성희롱ㆍ성폭력 근절 자문위원회에서도 기존 표준안을 폐기하라고 재차 요구했지만 올해 각 학교에 전달된 건 기존 표준안에 따르라는 지침”이라며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를 주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청소년을 ‘금욕주의적 절제교육’ 위주의 기존 표준안으로 교육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 교육에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냐’등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 표준안 개편을 위해 시민사회의 의견수렴부터 충분히 거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윤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만의 경우 정부가 시민단체와 약 10여년의 협의를 통해 성평등교육정책을 세웠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나라 교육체계에 맞는 성평등교육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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