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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 방관하는 미국, 자국 기업 피해 땐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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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 방관하는 미국, 자국 기업 피해 땐 개입”

입력
2019.07.07 17:35
수정
2019.07.07 20:5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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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6일 참의원 선거 유세에 나서 오사카(大阪) 상점가에서 유권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사카=교도연합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6일 참의원 선거 유세에 나서 오사카(大阪) 상점가에서 유권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사카=교도연합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강화 조치로 한일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미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일 관계가 그간 악화 일로를 걷는 동안 별다른 개입 없이 방관하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핵심 동맹국끼리 경제 보복의 난타전을 벌이는 상황을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무부는 한미일 3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최근 한일 관계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아직은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 등 한일간 과거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위반인지 아닌지를 두고 한일 정부간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7일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이 양국 정부와 소통하고 있지만 어느 쪽 편을 들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 위안부 재단 해산, 초계기 레이더 조사(照射) 등 한일 갈등 현안이 잇따라 터져 나왔을 때도 별다른 메시지를 거의 내지 않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뒤 대북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한일 관계에 대해선 침묵했다. 이 때문에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미국은 북한과 중국의 지역적 위협에 대응하면서 전통적으로 한일 갈등이 심화할 때 개입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한일 갈등에 있어 눈에 띄게 부재했다"고 지적하며 미국 정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때만 해도 위안부 문제로 한일 갈등이 지속되자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 위안부 합의 타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정부가 전임 행정부와 달리 한일 중재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통상 전쟁을 마다하지 않고 지역 동맹에 대한 관심도 적기 때문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트럼프 대통령부터 일본과는 무역 협상을 압박하고 있고 한국에는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미일 안보조약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청구서를 내밀었을 정도다. 트럼프 시대에는 동맹국들끼리도 일종의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미국은 물론 중국 언론에서도 일본의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전쟁을 모방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더욱 강화돼 실제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되면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의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미국 국익과도 연결될 수 있다. 당장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타격을 받으면 3위 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이 반사이익을 얻어 점유율을 키울 수 있지만, 애플 엔비디아 퀄컴 인텔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IT 기업들의 공급망이 차질을 빚어 제품 출시 지연 등으로 입게 되는 피해가 더 클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아직까지 산업계 피해가 현실화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좀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영향을 지켜보는 중이며 만일 미국 기업에 타격을 주게 되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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