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일 일본 TV의 ‘참의원 선거 당수 토론’에 출현해 “한국은 대북제재를 지키고 있고, 바세나르 체제에 따른 무역관리를 확실히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한국은 수출관리에서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고, 그들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부적절한 사안’이 북한과 관련이 있냐는 질문이 나오자 “개별 사안에 대해서 말하지 않겠다“고 피해 나갔다.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가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 준수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4일 아베 최측근 자민당 하기우다 고이치 간사장 대행이 “특정 시기에 한국기업에서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관련 물품의 대량 발주가 급증했는데, 군사 전용 물품이 북한에 전달됐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것을 보면 그런 의도가 읽힌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무역에 대한 국제규약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란 비판이 국제사회는 물론, 일본 언론에서도 잇따라 제기되자, 아베 총리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내놓은 핑계라고 넘어가기엔 사안이 심각하다. 불분명한 주장을 근거로 일본 정부가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목록’(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고, 8월 중 수출규제 품목을 더 확대하겠다는 위협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것은 사실상 양국 간 무역 단절을 각오하겠다는 의미이다. 국제적으로 전략물자는 15개 항목, 218개 품목, 1,700여개의 물자로 세분화해 각각의 기준을 정해 놓고 있다. 이중 미사일, 원자력, 화학무기에 사용되는 것을 빼고 민간에서도 함께 사용하는 품목이 1,100여개에 달한다. 탄소섬유, 태양전지, 로봇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국제 정치적으로도 한국을 이란, 러시아, 중국,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로 취급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아베 정부가 의도를 분명히 한 만큼 한국 정부는 대북제재를 위반한 의혹이 무엇인지 명백히 밝히도록 촉구해야 한다. 이는 양국 무역 분쟁의 승패를 좌우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동시에 이번 사태가 경제와 무역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만반의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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