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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마세요”… 캄보디아 ‘쓰레기 산’에서 피어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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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마세요”… 캄보디아 ‘쓰레기 산’에서 피어난 희망

입력
2019.07.08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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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 주으며 살던 소피 론 

 어린이기금 도움으로 공부 

 호주 멜버른 대학 입학 앞둬 

약 10년 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쓰레기장에 살던 시절의 소피 론. 소녀의 미소가 쓰레기더미를 압도한다. 캄보디아어린이기금(CCF) 제공
약 10년 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쓰레기장에 살던 시절의 소피 론. 소녀의 미소가 쓰레기더미를 압도한다. 캄보디아어린이기금(CCF) 제공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의 민체이(Meanchey) 쓰레기매립장. 10년 전만 해도 캄보디아의 가난을 상징하는 대명사였다. 미국의 절경 ‘스모키 마운틴(Smoky Mountainㆍ안개 자욱한 산)’과 같은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불렸지만 그곳을 덮은 안개의 정체는 유독가스와 쓰레기가 내뿜는 악취였다.

10여년 전 여덟 살 소녀 소피 론이 거기 살았다. 태어날 때부터 쓰레기 산이 집이었다. 가족이 엄청난 빚을 갚지 못해서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수천 명이 쓰레기장에 둥지를 틀고 매일 쓰레기와 오물더미에서 먹을만한 음식이나 팔 수 있는 고물을 찾았다.

소녀가 50센트를 버는 ‘운수 좋은 날’이면 쌀 몇 컵을 살 수 있었다. 부모와 6형제가 나눠 먹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소피는 “냄새가 나는 것도, 더럽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거기서 자고 거기서 먹고 거기서 모든 걸 다 하니까 그냥 내 집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런 소녀에게 한가지 소원이 있었다. 학교에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역 학교는 가족당 한 자녀에게만 자리를 제공했다. 소녀에겐 기회가 오지 않았다. 소녀는 학교에 가는 언니를 따라갔고 교실 창문 너머로 귀동냥했다.

몇 년 뒤 여느 때처럼 쓰레기를 줍던 소녀는 스콧 니슨이라는 캄보디아어린이기금(CCF) 설립자를 만난 뒤 삶이 바뀌었다. 소피는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지 물었는데, 당시엔 영어가 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학교에 데려다준다는 약속에 너무 행복해서 집으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최근 호주 멜버른대 입학을 앞두고 있는 소피 론씨의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호주 멜버른대 입학을 앞두고 있는 소피 론씨의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쓰레기 소녀는 약 10년 뒤인 현재 호주 멜버른대 입학을 앞둔 스물한 살의 숙녀가 됐다. 2016년에는 지식공유의 장인 테드엑스(TEDx) 강연도 영어로 했다. “추위만 빼고 호주에서의 삶을 사랑하지만” 졸업 뒤엔 고국으로 돌아가 자신을 변화시킨 CCF와 함께 일하겠다는 꿈도 갖고 있다.

2004년 창립된 CCF는 가난한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교육과 주거,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빈곤율은 2004년 53%에서 2014년 13.5%로 떨어졌지만, 아이들의 생활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지난해 유엔 보고서에는 4세 미만 아동의 3분의 1이 불구가 됐고, 5~14세 절반가량이 제대로 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호주 멜버른대 입학을 앞두고 있는 소피 론의 현재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호주 멜버른대 입학을 앞두고 있는 소피 론의 현재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소피의 스무 해 남짓 인생 여정은 최근 캄보디아 현지 매체에 잇따라 실렸고, 인도네시아 매체에도 소개돼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과 긍정적인 영감을 심어주고 있다. 그는 우리에게 이런 메시지를 삶으로 전한다. “A not-giving-up message. It doesn't matter in what circumstances(포기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이 닥쳐와도 상관없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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