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 진출한 일본계 대기업들이 지난해 큰 폭의 실적 성장을 이뤘지만 정작 한국 내 투자는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거둬들인 순이익의 60%는 배당금으로 썼다.
7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일본계 기업 13곳(공동지배 포함)의 총 매출액이 18조8,250억원으로 2016년(15조9,403억원) 대비 18.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1조333억원에서 1조5,350억원으로 48.6% 급증했다. 전체 외국계 감사보고서 제출 기업(52개사)의 지난해 총 매출액(195조7,796억원)은 2년 전보다 11.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8조2,555억원)은 13.3% 감소했다.
일본계 기업의 국내 투자는 2016년 4,679억원에서 지난해 4,202억원으로 10.2% 감소했다. 예컨대패션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이 기간 영업이익이 1,073억원에서 2,344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난 반면 투자액은 170억원에서 137억원으로 19.5% 감소했다. 전체 외국계 기업의 국내 투자 규모가 같은 기간 평균 21.4%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반면 일본계 기업의 지난해 배당금(결산ㆍ중간 포함)은 총 6,768억원으로 당기순이익(1조1,296억원)의 59.9%에 달했다. 이익의 60%가량을 재투자 없이 일본 본사 등이 챙겨간 것이다. 일본 화학업체 아사히카세이가 100% 지분을 보유한 동서석유화학은 지난해 순이익(1,792억원)의 91.4%에 달하는 1,637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일본 패스트리테일링(51%)과 롯데쇼핑(49%)의 합작회사인 에프알엘코리아도 지난해 두 차례(중간ㆍ기말)에 걸쳐 순이익(1,811억원)의 61.3%인 1,110억원을 배당했다. 일본 산와그룹 소유 특수목적회사(SPC)인 유나이티드가 95% 지분을 보유한 산와대부도 1,200억원을 배당했다.
CEO스코어는 “아베 신조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빌미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선 가운데, 일본계 기업들은 한국 영업을 통해 이익을 늘리고도 재투자에는 인색한 채 배당으로 본사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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