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가 맑아지는 것을 ‘날씨가 개다’라고 해야 하지만 ‘날씨가 개이다’라고 잘못 말하기 쉽다.
우리말에서 동사에 ‘이’를 붙이는 경우는 ‘기울다’에 ‘이’를 붙여 ‘기울이다’를 만드는 경우와 같이 사동(使動)의 뜻을 나타내거나 ‘베다’에 ‘이’를 붙여 ‘베이다’를 만드는 경우와 같이 피동(被動)의 뜻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그런데 ‘개다’에는 ‘날씨가 개게 하다’라는 의미로 사동형 접미사 ‘-이-’를 붙여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피동형 접미사 ‘-이-’는 목적어를 가지는 타동사의 어간 뒤에 붙일 수 있는데, ‘개다’는 ‘흐리거나 궂은 날씨가 맑아지다’라는 뜻의 자동사이기 때문에 목적어를 가질 수 없어 피동형 접미사를 붙일 수 없다.
‘설레다’라는 동사도 사동형으로 ‘설레게 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사동형 접미사를 붙여 ‘설레이다’의 형태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또한 ‘설레다’는 ‘마음이 들떠서 두근거리다’라는 뜻의 자동사이기 때문에 목적어를 가질 수 없어 피동형 접미사를 붙일 수 없다. 따라서 ‘설레이다’는 틀린 말이다.
그런데도 ‘비 개인 오후’, ‘설레이는 밤’ 등의 노래 제목과 ‘설레임’이라는 아이스크림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개이다’와 ‘설레이다’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는 ‘개다’와 ‘설레다’가 목적어를 가지는 타동사라고 잘못 생각해 피동형 접미사를 붙여 사용하거나 혹은 이 동사의 기본형을 ‘개이다’와 ‘설레이다’로 잘못 알고 사용하기 때문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그럼 ‘살이 에이는 추위’는 맞는 표현일까? ‘에다’는 ‘칼로 도려내듯 베다’라는 의미의 타동사이기 때문에 피동형 접미사 ‘-이-’를 붙일 수 있고, 따라서 ‘살이 에이는 추위’는 맞는 표현이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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