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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기업]대기업 CEO에서 벤처 CEO로 변신해 국내 최초 PMIC 개발까지...실리콘마이터스 허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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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기업]대기업 CEO에서 벤처 CEO로 변신해 국내 최초 PMIC 개발까지...실리콘마이터스 허염 대표

입력
2019.07.06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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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IC 독자 개발해 해외 선도기업 제치고 LG디스플레이에 공급

전세계 스마트폰의 17억개가 실리콘마이터스의 PMIC 제품 사용

최근에는 스피커 필요 없는 서피스사운드IC 개발, 선두 질주

(주)실리콘마이터스 허염 대표. 회사 제공.
(주)실리콘마이터스 허염 대표. 회사 제공.

PMIC(Power Management Integrated Circuit)란 전자기기가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시스템에서 필요한 전원을 알맞게 변환하고 배분 및 제어 관리하는 파워 아날로그 분야 집적회로 반도체칩이다. 우리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경우 PMIC칩에 의해 배터리의 충전 및 관리뿐만 아니라 배터리 전원을 스마트폰의 각 기능에 맞춰 다양한 전원으로 변환, 공급한다. 예를 들어 OLED디스플레이 경우 전류 변화의 폭이 매우 적은 안정적 전원이, 연산 기능을 담당하는 AP의 경우 순간적 고전력 공급 능력이, 카메라는 노이즈가 적은 전력이 공급돼야 한다.

이러한 복잡한 스마트폰 구동 환경에서 PMIC는 전류를 적재적소에 보내야 하고, 특히 배터리 전원으로부터 여러 형태의 전력으로 변환 시 회로의 효율을 높여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스마트폰 내부에서 PMIC칩이 복잡한 전력의 교통통제를 하고 있는 셈이다.

PMIC 분야는 TI, 맥심, ST마이크로 등 미국 유럽의 선도 반도체 회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PMIC는 디지털 로직 회로와 달리 오랜 기간의 설계 경험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높은 전압의 회로를 작은 공간에 집적할 때 전자의 흐름이 서로 영향을 받아 생각하지 못한 오동작이 발생하는데 이는 설계 시뮬레이션으로도 검증할 수 없다.

그런데 2007년 국내 최초로 PMIC칩을 개발한 벤처 기업이 있다. 실리콘마이터스 허염(67) 대표다. 

“실리콘마이터스는 제품들을 최고 기업에 공급한다. 전세계 LCD Display 패널 시장에서 11억 개, 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3.5억개, 스마트폰 시장에서 17억개의 우리 PMIC 제품들이 사용되고 있다.”

국내 최초의 PMIC 전문업체 실리콘마이터스는 2007년 아시아권 최초로 LCD 디스플레이용 PMIC를 개발했다. 이후 모바일 스마트폰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창업 10년만인 2017년 매출액 2,000억원을 달성했다. 최우수 GSA(세계반도체연맹) 최고매출성장업체상, 딜로이트 고속성장 500대 기업 중 2위, 대한민국 산업기술 대상 대통령상 등을 수상하며 글로벌 강소기업 반열에 올랐다.

실리콘마이터스 허염 대표는 벤처를 시작하기 이전 반도체 전문가로서 화려한 경력을 지니고 있었다.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공학박사를 마치고 1989년 삼성전자 컴퓨터 부문 개발이사를 맡으며 국내 최초로 RISC CPU및 컴퓨터워크스테이션 개발을 주도했으며, 2000년 초에는 하이닉스반도체의 부사장으로 시스템반도체사업을 진두 지휘해 4년만에 연 1조원 매출 규모의 사업으로 일궈 냈다. 이후 하이닉스 시스템반도체사업 구조 조정의 일환으로 미국 사모펀드를 유치해 매그나칩반도체를 창립하고 대표를 맡았다.

그러나 허 대표는 반도체 전문가로서 의미 있는 분야에서 창업하고 싶었다. 그가 주목한 분야는 PMIC 칩이다. PMIC는 기술적인 난이도가 매우 높아 국내 대기업이 도전했음에도 성과를 내지 못했고 맥심, TI, ST마이크로 등 미국과 유럽의 굵직한 선도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독점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주변에선 뜯어 말릴 만큼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였지만, 한국 반도체 산업의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필요한 분야이며 도전의 가치가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2008년 실리콘마이터스가 처음 개발에 성공한 제품은 LCD 디스플레이용 PMIC로 이전의 6가지 다른 기능에 쓰이는 개별 칩을 통합해 싱글칩으로 만들었다. 곧 그 성능을 인정받아 한국 시장을 주도하던 해외 선도기업들을 제치고 LG디스플레이에 처음으로 양산 공급하게 됐고 이어 삼성디스플레이에도 공급을 시작했다. 당시 실리콘마이터스 LCD PMIC제품의 성능은 물론 개발 시기 또한 선도기업 보다 앞섰다.

허 대표는 PMIC 개발 성공에 대한 주변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학계 교수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아날로그로 반도체 사업으로 성공한 회사가 나와 이 분야의 긍지를 느낀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리콘마이터스는 디스플레이 PMIC 사업의 확장 차원에서 LCD에 이어 OLED 디스플레이 PMIC 개발에 착수, 미국의 TI, 유럽의 ST마이크로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개발에 성공해 2014년부터 양산 공급하기 시작하였다. 현재 실리콘마이터스는 이 분야 선두 공급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LCD 이후 실리콘마이터스는 스마트폰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디스플레이용 PMIC 솔루션으로 낸 첫 매출을 발판 삼아 과감히 4년간의 스마트폰 PMIC 개발 과정에 투자했고 2013년 개발 및 양산 사업화에 성공했다.

스마트폰 PMIC 또한 해외 제품들과 견줘 손색이 없었고 국내 공급업체가 주는 이점을 갖고 있어 초기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국내 스마트폰 업계로부터 큰 환영을 받게 됐다. 허 대표는 “세계 선두업체인 삼성전자에 공급한다는 것부터가 우리 제품의 성능을 방증해 준다”며 자신 있게 실리콘마이터스 제품의 성능을 설명했다.

실리콘마이터스의 서피스 사운드 솔루션 IC ‘SMA6201 Stereo Mode Board’.
실리콘마이터스의 서피스 사운드 솔루션 IC  ‘SMA6201 Stereo Mode Board’.

최근 실리콘마이터스는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상품인 ‘리더십 프로덕트’ 개발에 힘 쏟고 있는데, 그 중 하나로 차별화된 오디오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PMIC를 넘어 디스플레이 사운드 칩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허 대표는 “이제까지 달성한 기반을 바탕으로 리더십 프로덕트 개발을 확대함으로써 앞으로 3년이내에 적어도 우리가 하는 분야에서 업계 선도업체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포부를 말했다.

특히 실리콘마이터스는 6월 2세대 ‘서피스 사운드 솔루션 IC’를 출시했다. 서피스 사운드 IC의 경우 디스플레이 패널에 미세한 진동을 일으켜 패널에서 직접 소리가 나는 걸 가능케 하는 제품으로 스마트폰에 별도의 스피커가 필요 없어진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 칩을 활용해 실장 공간을 넓히고 디자인을 간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서피스 사운드 칩은 노트북 PC, 모니터, TV 등 응용 대상이 넓어지고 있는데, 실리콘마이터스가 기술적으로 제일 앞서 가고 있는 분야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팹리스 해 기술과 사람에 집중 투자…”미래 예측하고 기술 쌓고 제대로 실행해 나갈 것”

-PMIC가 주목 받는 이유는?

“최근 스마트폰의 배터리 용량이 증가하면서 고속충전이 주목받고 있다. 고속충전을 하거나 게임을 할 때 스마트폰의 발열로 상당히 뜨거워지는데 PMIC의 전력변환 회로들의 효율 증가 및 기타 방법으로 발열 감소 및 관리할 수 있는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그리고 더 많은 기능들이 PMIC에 추가되기 때문에 IP 확보도 중요하다.”

-기획, 개발, 마케팅을 제외하곤 모두 외주를 맡긴다고 들었다. 생산을 직접 하지 않는 이유는?

“실리콘마이터스의 경우 팹리스(Fabless) 회사다. 메모리 등 일부 IDM 제품을 제외하면 반도체산업은 1990년대부터 설계 중심의 팹리스(Fabless)와 생산 중심의 파운드리(Foundry) 업체 등 수평적 구조 즉 역할 분담 체재로 전환됐다. 파운드리는 생산 설비 확보에 대부분의 투자를 하지만, 실리콘마이터스는 생산설비 대신 IP 및 제품 개발, 그리고 사람에 집중 투자함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신 특수 공정 전문가와 외주 관리 전문가들을 보유해 외주 기반 생산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품질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회사를 경영할 때 역경이 한 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좌우명이 있다면?

“창업을 하면 꼭 우여곡절이 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모든 제품에 경쟁사가 존재하므로 대부분의 경우 상대적 우월성이 중요하다. 제품군과 로드맵을 잘 정하고 개발 파이프라인을 잘 구축 관리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한국에서 많은 팹리스(fabless)들이 생겨났다 무너지는 걸 봤다. 시장의 흐름을 예측해 미리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업 성공의 좌우명이라고 하면 ‘앞을 미리 보고, 끊임없이 실력을 쌓고, 제대로 실행하는 것’ 이 세가지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최근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영향은 없나?

“미중간 무역분쟁, 특히 화웨이 이슈와 관련해 한국 팹리스 회사로써 분야에 따라 유리한 점도 있고 불리한 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우리 경우에는 단기적으로 유리한 점이 일부 있으나, 제재가 길어지면 결국 전체시장이 축소되기 때문에 업계 입장에서 보면 빨리 정상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권경연(단국대) 인턴기자 pangy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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