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꽃’이 그린 우금티(우금치) 전투, 오열의 60분이었다.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이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아무도 지켜주지 않고, 보호해주지 않지만 오로지 일본의 검은 야욕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모인 민초들의 의지는 뜨겁고 또 뜨거웠다.
125년을 뛰어넘어 고스란히 전해진 민초들의 울분과 처절함 때문에 2019년 TV앞 시청자도 함께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5일 방송된 ‘녹두꽃’ 41~42회는 본격적으로 우금티 전투를 그렸다. 녹두장군 전봉준(최무성)이 이끄는 의병들은 최대 격전지 우금티에 다다랐다. 백이강(조정석)을 비롯한 별동대원들은 물론 양반 황석주(최원영)와 행수 최덕기(김상호), 백가네 행랑아범 남서방(정선철), 형방 억쇠(조현식)도 의병에 참가했다. 신분을 막론하고 일본을 몰아내고자 하는 모든 사람이 모인 것.
의병은 수적으로 우세했지만, 조선-일본 연합군은 신식 무기로 무장한 상태. 그럼에도 의병들은 우금티를 오르고 또 올랐다. 수많은 의병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총알에 처참히 죽어나갔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백이강이 그토록 따르던 남서방도, 백이강과 함께 수많은 전투를 누비던 별동대 동록개(정규수)도 죽었다. 전봉준을 비롯한 지도부는 퇴각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백이강이 나섰다. 퇴각할지 아니면 계속해서 싸울지 의병들 스스로 결정하게 해달라는 것. 의병들 앞에 선 백이강은 계속 싸우고 싶은 마음을,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울분을 토해내듯 쏟아냈다. 몇 개월이지만 모든 사람이 평등한 세상에서 살다 보니,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왜놈들 밑에서 개, 돼지보다 못한 대접을 받으며 살 수는 없다고.
백이강의 울분에 남은 의병들도 떨치고 일어섰다. 결국 의병들은 늦은 밤 다시 한 번 야습을 강행했다. 그러나 역시 결과는 패배였다. 2만여명이 사망한 참혹한 패배. 문명인의 전쟁은 희생자를 최소화할 것이라 믿었던 백이현(윤시윤)도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고, 직접 전쟁의 참혹함을 목격한 송자인(한예리)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급기야 아버지처럼 따르던 최덕기가 자신의 앞에서 일본군에 살육 당하자, 송자인은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우금티 전투는 우리 역사상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순간이다. 이 땅을 집어삼키려는 일본의 검은 야욕이 우리 민초들에게 슬프도록 잔혹한 상처를 남긴 순간이다. 나라를 지키겠다고 떨치고 일어선 백성들에게 조선의 군대가 일본의 군대와 연합해 총을 겨눈 비극적 순간이다.
동학농민혁명을 극 전면에 내세운 ‘녹두꽃’은 이 슬픈 역사 우금티 전투를 장렬하고도 깊이 있게 다루며, 기념비적 드라마로서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이에 방송 직후 많은 시청자들이 “꼭 봐야 하는 드라마”, “역사를 알아서 더 슬픈 드라마”, “민초들은 언제나 강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드라마”라며 극찬의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방송 말미 수많은 시체 속에서 눈을 번쩍 뜨는 백이강의 모습이 포착됐다. 우금티 전투 패배 이후 백이강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디를 향해 달려갈지 궁금증을 남기며 이날 방송은 마무리됐다.
진주희 기자 mint_pea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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