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코아 골프 코스는 쥬피터 플로리다에 위치한 퍼블릭 골프장이다. 나의 골프 멘토인 웨런과 티칭에 관한 모든 이론과 실습을 전수받으며 연습한 제2의 고향 같은 장소이기도 하다. 그때는 지금과 달리 막 오픈한 시기여서 꼭 한번 가서 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유명한 코스가 아니었다. 한번씩 갈 때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PGA/LPGA 선수가 연습 장소로 선택하고 일반 플래어 또한 매년 증가한다는 것을 느낀다.
오래 전 워런과 점심을 하면서 그가 “지도하는 중학생 중에 엄청난 장타에 정확한 아이언샷을 구사하는 선수가 있는데 앞으로 기대가 된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 중학생은 아바코아 골프장에서 해가 질 때까지 매일 연습했는데 수줍음이 많아 남 앞에 나서기를 꺼렸다. 감정 표현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 중학생이 드디어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했다. 그것도 US 오픈과 PGA 챔피언십에서 두 번을 연달아 우승하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세계 골프 랭킹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작년 베리브 컨트리 클럽에서 세운 16언더는 100년 역사의 PGA토너먼트 기록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나 자신도 베리브에서 라운딩을 한 적이 있는데 얼마나 어려운지 보기도 겨우 할 정도였다. 무지막지하고 긴 러프가 특징인, 그야말로 모든 악조건을 갖춘 코스에서 나온 스코어라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PGA 최초의 여자 회장인 수지 왜일리의 과감한 승부수도 브룩스 켑카의 우승으로 더욱더 빛이 났다. 그는 PGA 본부를 플로리다에서 텍사스로 이전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고 골프산업의 부흥을 위해 8월에 하던 토너먼트를 5월에 개최하도록 했다. 수지를 몇 번이나 만나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녀의 추진력과 리더십은 2만명이 넘는 거대 조직의 수장으로 전혀 손색이 없었다.
브룩스는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특별하게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켰고 유럽과 일본 투어에서 실력을 쌓았다. 또한 미국 투어의 거대한 장벽을 넘기 위해 퍼팅, 스윙 그리고 숏게임을 각기 다른 또 하나의 골프 게임으로 인식하면서 3명의 각각 다른 코치들과 연습한다. 브룩스의 이러한 접근 방법은 골프가 거대한 피라미드를 만들어 가는 과정과 흡사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바닥을 견고하게 다진 후 차츰차츰 올라가다 보면 임계점에 다다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혼자서 하는 것은 반드시 한계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샷이 나오지 않을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자. 브룩스의 야드리치 북도 참고하기 바란다. 각각의 클럽에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 있는지 느낄 수가 있다. 슬라이스가 날 때는 화를 내기보다는 그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해 보고 벙커에서 나오지 못할 때는 클럽의 바운스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연구해 보자. 원리를 알고 골프를 하면 훨씬 더 재미있는 라운드가 된다.
브룩스 켑카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지난해 제주도 나잇 브릿지에서 개최된 한국 최초의 PGA 투어에서 우승을 하면서 공식적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디펜딩 챔피언은 참석하는 관례를 보면 올 10월 셋째 주 제주도에서 열리는 CJ오픈에서 또 한번 브룩스의 멋진 샷을 기대해 본다.
김준배 2018 미(美)중서부 PGA 올해의 교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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