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 ‘아이즈미코스메틱’ 원재료 좋다는 소문에 전국 1~2위 매출
“가장 안전한 뷰티를 꿈꿉니다!”
아이즈미코스메틱은 UV젤 네일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2014년 4월에 문을 열었지만, 모(母)회사의 연혁까지 합치면 역사가 30년이 넘는다. 다만 모회사는 첨단산업 부문에 치중했다면 아이즈미는 인체에 바르는 화학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연혁에서 알 수 있듯 아이즈미는 젤 네일을 뷰티가 아닌 화학 기반에서 출발했다. 대부분 뷰티 전문가가 화장품 관련 회사를 세운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뭇 특별한 출생의 비밀이다. 차별점이 분명하다. 뷰티 전문가는 드러나는 결과물에 집중하는 반면, 아이즈미는 아직도 무게 중심을 화학에 두고 있다. 인체에 해가 적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독일, 미국에서 기본 원료를 가져와 회사에서 합성하거나 섞어서 쓴다. 진동욱(41) 아이즈미 대표는 “값싼 중국산 원료를 들여와 국내에서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적지 않다”면서 “우리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이런 식의 원료 수급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산 원료는 저렴하기는 하지만 원재료에 대한 기준이 한국이나 선진국만큼 엄격하지 않습니다. 2년 전 젤 네일에서 유해 중금속이 검출돼 파동이 일면서 자정 분위기가 있었지만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행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저가 제품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 대표에 따르면 손톱에 젤을 바르는 것과 자동차에 도료를 칠하는 것 모두 화학 분야에 속한다. 자동차는 간접적으로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만 젤 네일은 직접 인체에 바르기 때문에 안전성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유행이나 특이한 성능보다 안정성이 포인트를 두는 이유다.
아이즈미는 고집있게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성공했다. 아이즈미는 3년 만에 50억 이상 매출로 대구시 스타기업에 선정되고 젤 네일 분야에서 전국 1~2위를 다투고 있다. 처음부터 잘 나갔던 건 아니다.
처음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을 때는 주문이 뜸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제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는 젤 네일을 가장 많이 쓰는 네일 살롱의 근무 환경과 연관이 있다. 대구 세무서에 등록된 네일 살롱은 500여개다. 하루 종일 매장에서 화장품 냄새 맡아야 경우가 많다. 아이즈미는 다른 제품에 비해 현격하게 냄새가 적다. 이를 통계로 증명한 이들이 공기청정기 필터를 교체하는 기술자들이었다. “보통 네일 샵은 두세 달에 한 번 필터를 교체할 것을 권하는데 아이즈미 제품을 쓰는 곳은 6달 이상도 너끈하다”는 것이 기술자들의 중론이었다. 이 사실은 네일 살롱 운영자들이 만든 커뮤니티를 통해 퍼져나갔고, 아이즈미는 얼마 안 가 최고 히트 상품의 반열에 올랐다.
기능에 대한 보완책도 꾸준히 강화했다. 기능을 강화하려면 특정 화학 성분을 허용 기준치 이상으로 넣어야 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소비자에게 알렸다.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커리큘럼도 만들었다. 소위 ‘선생님’으로 통하는 젤 네일 전문가들을 초청해 제품 설명회와 교육 시간을 가지고 있다. 직접 실험실에 들어가 젤을 만드는 실험을 한다. 충분히 납득을 시키고 나면 현재의 기능 내에서 제품을 가장 적절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간다는 것이 아이즈미 교육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2017년에는 대경대와 MOU를 체결하고 ‘아이즈미 전공학과’를 개설하기도 했다.
또한 관련 제품의 성능을 높이는 데도 힘쓰고 있다. 주문생산하고 있는 600여개의 품목 중에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이 손톱에 바른 젤을 굳히는 LED경화램프다. LED경화램프는 젤 네일에서 50%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만큼 중요한 부속 기기다. 기존의 LED경화램프 5회 정도만 사용해도 피로도 때문에 전압이 불규칙하게 흔들리고 기계가 퍼져버리기도 한다. 기존 LED경화램프로는 젤 네일을 제대로 굳힐 수 없다는 판단에 설계도면부터 직접 제작했다.
해외 진출도 비슷한 방식이다. 해외 지사에 교육센터를 두고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한편 본사 방문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태국에서 30여명의 지사 직원들이 회사를 방문해 연구원들에게 교육을 받았다. 아이즈미는 현재 태국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 지사를 두고 수출하고 있다. 라오스나 캄보디아는 태국 국경지역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올해는 러시아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뷰티 관련 시장이 넓다. 러시아를 뚫으면 제2의 도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 대표는 “빠르면 엷고 느리면 두텁다는 바둑 명언이 있는데, 아이즈미는 두텁게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폭죽처럼 터졌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반짝 히트 제품이 아니라 오래도록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K뷰티 명품으로 자리잡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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