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드러난 수치는 괜찮은데, 영 개운하지가 않다. 삼성전자가 디스플레이와 가전사업 선방으로 실적 하락세를 멈춰 세웠지만, ‘최악을 면했을 뿐’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반도체 사업 부진이 진행형인데다, 일본의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제한 등의 불확실성으로 하반기 사업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5일 삼성전자가 밝힌 잠정실적을 보면 지난 1분기 ‘어닝쇼크’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걸 알 수 있다. 매출 56조원은 물론이고, 6조5,000억원으로 집계된 영업이익 역시 10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직전분기 영업이익(6조2,300억원)보다 4.3%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다수의 평가는 “최악을 면한 정도“다.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오르긴 했지만 전년 동기(14조8,700억원)와 비교하자면 56.3%나 급감한 데다, 2017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10조원 이상을 유지해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단은 반도체 사업 부진의 영향이 컸다. 잠정실적에는 사업별 실적이 발표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알기는 어렵지만, 증권업계에서는 2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을 3조3,000억원대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올 1분기(4조1,200억원)보다도 1조원 가까이 더 떨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6월 말 D램(DDR4 8GB 기준) 평균 가격은 3.31달러로 전달보다 11.7% 하락했고 지난 1월 6달러에 비해서는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데, 지난해 호황기 때 늘린 생산량이 재고로 쌓이면서 실적 부진이 계속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그나마 디스플레이 사업이 ‘깜짝 실적’으로 전체 실적 붕괴를 막았다. 1분기 5,600억원 적자로 충격을 줬던 디스플레이 사업은 2분기 3,000억~6,000억원대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스마트폰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탑재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역시 썩 만족스럽진 않다. 삼성은 이날 “이번 실적에는 디스플레이 관련 일회성 수익이 포함돼 있다”고 언급했다. 증권가에선 애플과 체결한 OLED 개런티 계약에 따른 9,000억원 정도의 수익으로 추정한다. 예상보다 아이폰 판매가 부진해 패널 수요가 줄었고, 애플이 이에 대한 일종의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바닥을 쳤다”는 낙관론과 부진 장기화를 예상하는 신중론이 상존한다. 메모리 가격 하락폭이 줄고 있고, 미ㆍ중 무역분쟁도 미국의 화웨이 압박 완화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게 낙관론의 주요 근거다. ‘갤럭시폴드’, ‘갤럭시노트10’ 등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도 긍정적 신호다. 하지만 일본 수출 규제 장기화 및 제재 품목 확대 가능성 등 위험요인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날 LG전자도 매출 15조6,301억원, 영업이익 6,522억원의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5.4% 줄며 예상보다 낮은 성적을 보였다. OLED TV 판매 정체, 중국 TV 제조사와의 경쟁 심화 등이 영업이익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사업 부문은 2,000억원 수준의 적자가 예상돼 9분기 연속 적자가 확실시 된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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