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 선택을 놓고 일주일째 고심만 거듭해 ‘리더십 실종’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달 하순 국회 정상화를 위한 원포인트 합의에서 두 특위 활동 기간을 8월 31일까지 연장하되 위원장은 원내 1ㆍ2당이 나눠 갖기로 했다. 민주당이 먼저 선택하면 자유한국당이 남은 특위를 맡는다는 합의다. 문제는 지금까지 정개특위를 이끌어온 정의당 심상정 위원장이 배제되면서 불거졌다. 심 위원장을 배제한 만큼 민주당이 이 자리를 맡는 것이 순리지만 이 경우 한국당에 사법 개혁의 키를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급기야 엊그제 의원총회까지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연동형 선거구제 도입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위한 패스트트랙 입법에 공조한 정신을 생각해 정개특위를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검찰 개혁을 실현하려면 사개특위를 놓쳐선 안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가 ‘리더십 결핍에 따른 결정 장애’라는 비판을 감내하면서 선택을 미룬 것은 두 의견이 팽팽했다는 방증이다.
진퇴양난에 처한 지도부의 고충은 모르는 바 아니다. 여소야대 국회 운영 등 여러 정국 변수를 감안하면 패스트트랙을 도와준 야 3당 입장을 배려하는 게 마땅하나, 자칫 그런 결정이 청와대의 사법 개혁 의지를 후순위로 돌리는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실제 한국당에 사개특위 위원장직을 넘겨주면 청와대가 공들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입법이 좌절되거나 길을 잃을 위험이 크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절대권력 완성을 위해 민주주의를 악용하고 있다”며 ‘신독재’ 등 독설를 퍼부은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면 일은 더 꼬일 수밖에 없다. 지금은 좌고우면하는 신중함보다 얽힌 실타래를 과감히 끊어내는 리더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결단은 때로 문제를 거꾸로 생각하면 쉽다. 민주당이 사개특위를, 한국당이 정개특위를 맡는 상황은 ‘말 앞에 마차를 매단’ 꼴이 돼 게도 구럭도 놓치게 될 공산이 크다. 특위 시한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머뭇거릴수록 개혁은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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