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독자 출마 늘려 맞불”… 민주당 “적으로 몰아 세워 섭섭”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해고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정의당 내부에선 민주당에 맞불을 놓기 위해 내년 총선에서 최대한 많은 지역구에 ‘독자 출마’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총선에서 ‘진보진영 연대’ 균열이 현실화 돼 선거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선 서둘러 갈등을 봉합하고 사태를 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의당은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국회 정상화 합의문이 나온 지 일주일 만인 5일 정개특위 위원장 교체 논란에 대한 공세를 일단 자제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민주당도 이에 대해선 말을 아끼며 여론을 살피는 모습이다.
그러나 양당 내부에선 이번 일로 서로에 대한 불만이 커진 상태다. 정의당에선 최악의 경우 민주당과의 공조 파기는 물론 총선에서도 민주당과 대결해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의당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공조가 흔들리면 총선까지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이 언급한 ‘공조 파기’가 단순한 대여 압박용 메시지가 아니라는 의미다.
민주당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일방적 해고 통보’ 등의 표현으로 민주당을 ‘적(敵)’으로 몰아 세운 데 대한 섭섭함을 내비치는 의원들이 상당하다. 민주당 한 의원은 “개혁이란 명분으로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그동안 함께 했는데, 다른 당도 아닌 정의당이 우리를 ‘반개혁’세력으로 몰 수 있느냐”고 토로했다. 오히려 정의당이 한국당과의 협상 폭을 좁히고 있다는 불만도 있다.
갈등 장기화로 정의당이 최대한 많은 지역구에 독자 후보를 낼 경우, 내년 총선은 ‘일 대 다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민주당ㆍ정의당 단일후보로 그동안 유지돼 온 보수·진보진영 간 일대일 구도가 깨지게 되는 셈이다. 여권 험지인 부산·울산·경남(PK)이나 민심에 민감한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후보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으면 진보진영의 당선은 장담할 수 없다. 내년 총선이 ‘여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팽팽하게 맞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2% 차로 승부가 갈리는 지역구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두 당은 지난 총선은 물론 지방선거, 4·3 보궐선거에서도 단일화를 통해 공조해 왔다.
일각에선 진보진영이 분열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며 서둘러 수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지도부가 의원들의 성토에도 정의당에 대응하지 않는 건 ‘사태를 더는 키워선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개혁과제를 위해선 정의당과 함께 가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다.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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