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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시리아행 이란 유조선 나포… 이란 “해적질” 극렬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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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시리아행 이란 유조선 나포… 이란 “해적질” 극렬 반발

입력
2019.07.05 16:30
수정
2019.07.06 01: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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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EU 제재 위반” 갈등 격화… 이란 “우리도 英 유조선 억류할 것”

4일 대서양과 지중해를 잇는 지브롤터해협에서 영국에 의해 나포된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 영국은 이 유조선이 시리아로 향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브롤터=EPA 연합뉴스
4일 대서양과 지중해를 잇는 지브롤터해협에서 영국에 의해 나포된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 영국은 이 유조선이 시리아로 향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브롤터=EPA 연합뉴스

영국 해군이 원유를 싣고 시리아로 향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란 유조선을 억류하면서 이란과 서방 측의 갈등이 한층 더 격화할 조짐이다.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핵합의(JCPOA) 탈퇴 1년 만에 이란이 저농축 우라늄 보유량 제한 의무를 위반함에 따라, 그동안 대(對)이란 제재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던 영국마저 제재 대열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서양과 지중해를 연결하는 입구에 자리잡은 영국령 지브롤터 자치정부는 이날 자신들의 영해에서 시리아로 향하던 대형 유조선 ‘그레이스 1호’를 영국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억류했다고 발표했다. 파비안 피카르도 지브롤터 자치정부 수반은 이 과정에서 영국 해병대가 요원 30명을 지원해 줬으며 헬리콥터와 고속정을 이용, 유조선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레이스 1호는 지난 4월 중순 이란 카그섬에서 이란산 원유를 가득 싣고 아프리카를 돌아 시리아로 가기 위해 지중해로 진입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BBC방송은 “영국과 미국이 걸프만에서 지중해로 진입하기 위해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최남단을 거쳐 돌아 오는 ‘기이한 노선’을 항해 중이었던 그레이스 1호를 추적해 왔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유럽연합(EU) 외교ㆍ안보 고위대표에 내정된 호세프 보렐 스페인 외무장관대행은 “미국 정부의 요청에 의한 영국의 조치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정부는 영국군의 이번 작전이 스페인 주권 침해에 해당하는지도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은 지브롤터의 영유권을 놓고 영국과 오랜 갈등을 이어 왔다. 하지만 BBC는 “영국은 시리아에 대한 EU의 제재를 위반한 선박을 나포한 게 명백하다”고 전했다.

미국과 영국 당국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훌륭한 뉴스”라며 “미국과 동맹국은 이란과 시리아가 이러한 불법적 거래로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계속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도 “지브롤터 당국과 영국 해병의 신속한 조치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살인적인 정권’에서 활용될 귀중한 자원을 압류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란 측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즉각적인 억류 해제를 요구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 장성 출신의 모흐센 라자에이 국정조정위원회 사무총장은 5일 트위터에서 “영국이 이란 유조선을 풀어주지 않으면 영국 유조선을 억류하는 게 (이란) 당국의 의무”라며 강한 경고 메시지를 밝혔다.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역시 전날 이란 국영방송 채널2에 출연해 영국의 조치를 “불법 나포”로 규정한 뒤, “로버드 매케어 영국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영국의 행동은) 일종의 해적 행위와 같으며 법적ㆍ국제적 근거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유조선을 즉시 석방하고 항해를 계속하게 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프랑스는 수일 내로 특수목적법인 ‘인스텍스’를 통해 이란과 첫 무역 거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지난 1월 JCPOA에 따라 이란과 EU 간 합법적 무역거래를 위해 인스텍스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유럽 측 수입업자와 수출업자가 서로 대금을 상계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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