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상대 6이닝 5K 무실점… 9승 이후 5경기 째만에 승리투수
한국선수 3번째 통산50승도 달성… 볼넷 3개 줬지만 평균자책점 1.73
류현진(32ㆍLA 다저스)이 생애 최고의 전반기에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제 그는 홀가분하게 닷새 뒤 올스타전 선발 마운드로 향한다.
류현진은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 전반기 최종 선발 등판 경기에서 6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해 5-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5일 애리조나전에서 9승을 올린 뒤 변하지 않던 승수는 마침내 두 자릿수로 바뀌었다.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선 류현진이 전반기에 10승을 올린 건 2014년(14승) 이후 5년 만이다. 통산 50승은 박찬호(124승), 김병현(54승)에 이어 역대 ‘코리안 빅리거’ 세 번째다. 아울러 메이저리그 유일의 1점대 평균자책점은 종전 1.83에서 1.73으로 더욱 떨어뜨렸다. 이는 아시아 투수 역대 전반기 1위(종전 1995년 다저스 노모 히데오 1.99) 기록이다.
류현진은 9승 이후 3경기에서는 잘 던지고도 불펜 난조나 타선 불발로 승운이 따르지 않았고, 지난달 29일 콜로라도전에서는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를 피하지 못했다. ‘아홉수‘를 달고 전반기를 마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후반기 페이스에 변수가 될 수도 있었다. 이를 의식한 류현진은 신중한 투구를 했다. 경기 초반부터 최고 94마일(약 151㎞)의 직구로 강하게 밀어붙였고, 조심스러웠던 탓에 볼넷도 3개나 내줬다. 그는 전날까지 올 시즌 등판한 16경기에서 모두 볼넷 1개 이하만 내줘 1920년 이후 내셔널리그 이 부문 최장 기록 2위를 달렸다. 류현진이 1경기에서 볼넷 3개를 허용한 건 지난해 4월22일 워싱턴전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때문에 9이닝당 볼넷(0.83개)은 높아졌고, 삼진/볼넷 비율(9.90)은 하락했지만 두 부문 전체 1위 자리는 지켰다.
류현진은 2회 1사 1ㆍ2루 위기에서 연속으로 내야 땅볼을 유도하고도 수비 시프트와 실책성 플레이 탓에 병살 기회를 잇따라 놓쳤지만 여전한 집중력으로 실점하지 않았다. 3회 2사 1ㆍ3루도 잘 넘겼다. LA 타임스는 “3볼넷은 류현진답지 않았지만 충분히 효과적이었다”라면서 “위기관리 능력 덕분에 메이저리그에서 단연 최고인 1.73의 평균자책점으로 경기를 마쳤다”고 평가했다. 다저스 타선도 모처럼 활발한 공격력으로 류현진의 전반기 10승을 도왔다. 2회 맥스 먼시의 우월 솔로포로 기선을 제압한 뒤 5회 1사 만루에서 밀어내기와 희생플라이로 2점을 더 보탰고, 6회엔 코디 벨린저의 시즌 30호 솔로포로 달아났다.
류현진의 전반기는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클레이튼 커쇼의 부상으로 개막전 선발의 중책을 맡은 그는 현란한 ‘4색 변화구’와 ‘현미경 컨트롤’을 앞세워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평정했다. 특히 평균자책점은 지난 5월 13일 워싱턴전에서 1점대(1.72)에 진입한 뒤로 독주였다. 5월에만 6경기에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59의 성적으로 한국인 두 번째 이달의 투수상도 받았다. 이 같은 성적을 바탕으로 전반기 내내 사이영상 후보 1순위로 거론됐다. 류현진은 샌디에이고전을 마친 뒤 “10승을 거둬 후반기에 좋은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면서 “전반기 나에게 99점 줄 수 있겠다. 100점에서 모자란 1점은 지난 경기(콜로라도전)에서 너무 못 던졌기 때문이다”라고 웃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최고의 제구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6이닝 무실점은 놀라운 활약이다”라고 칭찬했다. 화려했던 전반기를 마무리한 류현진은 10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내셔널리그 올스타 팀 선발 투수로 나선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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