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공직윤리를 감시하는 인사혁신처의 고위공직자가 공직자재산신고에 등록한 부동산 자산 가격이 실제 거래가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 고위공직자가 신고한 부동산 재산의 시세반영률은 57.7%, 인사혁신처는 52.1%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3~5월 재산신고를 한 국토부 1급 이상 공무원 및 산하기관장 30명과 인사혁신처 공무원 7명을 대상으로 부동산 신고가액과 시세를 비교한 결과다.
국토부 공무원과 산하기관장의 1인당 부동산 신고가액은 평균 약 12억4,607만원으로, 시세(21억5,981만원)의 57.7%로 분석됐다. 인사혁신처 공무원의 경우 1인당 부동산 신고가액은 10억2,40만원이었지만 평균 시세는 19억5,928만원으로 시세반영률이 52.1%에 그쳤다.
조사 대상자를 통틀어 시세 기준 부동산 재산이 가장 많은 공직자는 김상균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었다. 김 이사장은 아파트 1채, 주상복합 2채, 상가 5채 등을 합쳐 시세 기준 총 118억1,160만원 가량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부동산의 신고가액은 70억1,683만원으로, 시세 반영률은 59.4%였다. 이어 박선호 국토부 제1차관(70억2,460만원), 박종준 한국철도공사 상임감사위원(56억2,146만원), 정만석 인사혁신처 차장(53억7,442만원) 순으로 시세 기준 부동산 재산이 많았는데, 이들의 시세반영률 모두 40~50% 안팎에 그쳤다.
경실련은 낮은 시세반영률의 원인으로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가격으로 재산신고를 한 점을 꼽았다. 경실련 관계자는 “2007년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된 이후 13년간 공시가격 기준으로 재산공개가 이뤄졌다”며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중 높은 금액을 신고하도록 했는데 정작 인사혁신처는 ‘실거래가는 취득가격을 의미하는 것이지, 시가가 아니다’라며 법 취지에 위배되는 해석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철저한 검증을 위해 공직자들이 공시가격이 아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재산을 다시 신고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경실련은 또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재산신고시 해당 재산의 형성과정을 의무적으로 심사하도록 하고, 직계존비속의 고지거부를 불가능하게 해 재산 은닉 통로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이날 국토부와 인사혁신처 고위공직자에 대한 재산 시세반영률 발표를 시작으로 향후 국회와 검찰, 사법부, 청와대 등의 고위공직자 재산공개현황을 분석해 발표할 예정이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는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과 이해 충돌을 방지하고 공정하게 공무를 집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1993년 도입됐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4급 이상 공직자는 공시가격 또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보유한 재산을 신고해야 한다. 관보에는 1급 이상 공직자 재산만 공개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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