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억 꿀꺽한 기업사냥꾼 일당 재판에
‘중국 자본이 인수한다‘는 허위공시로 코스닥에 상장된 연예기획사 주가를 끌어올려 171억원을 챙긴 기업사냥꾼 일당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이들에게 ‘고혈’을 빨린 기획사는 적자에 시달리다 지난해 상장폐지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오현철)는 tvN 드라마 ‘비밀의 숲’,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등을 제작한 연예기획사 씨그널엔터테인먼트(이하 씨그널)를 마치 중국 투자회사가 인수하는 것처럼 꾸며 171억원을 챙긴 씨그널 대표 김모(48)씨와 사내이사 홍모(49)씨를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씨그널을 매도한 전 최대주주 장모(50)씨 등 범행에 가담한 2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5년 9월 ‘중국 투자회사에 인수되면서 중국 드라마 및 예능 프로그램 제작, 매니지먼트 사업이 가능해졌다’고 홍보했다. 당시 중국에서는 ‘한류 열풍’이 불어 국내 연예기획사의 중국시장 진출이 주식시장에서 호재로 작용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허위 보도자료와 공시로 씨그널 주가는 1,905원에서 3,300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이들이 홍보한 ‘중국 투자회사’는 국내 자동차 부품회사의 중국 자회사였고 씨그널 지분을 인수한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는 김씨와 홍씨 등이 다른 기업 상호를 도용해 저축은행과 사채업자 등에게 빌린 112억원으로 씨그널 지분 16.15%를 무자본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장씨는 대금을 받기도 전에 주식을 넘겨 김씨 등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최대주주가 된 김씨가 씨그널을 직접 경영했지만, 적자를 이어가다 지난해 5월 결국 상장폐지가 됐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 일당은 이전에도 무자본 기업인수에 가담하는 등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씨그널 지분 매매 과정에서 매수대리인 역할을 해 기소된 한모(49)씨는 대기업 자동차 부품 납품업체를 무자본 인수한 뒤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도 지난달 구속기소됐다. 앞서 한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해경에 체포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김형록)는 이 사건과 별도로 2013년 사채업자, 증권사 직원 등을 끌어들여 코스피 상장사 유니켐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유니켐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 심모(67)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범행에 가담한 회사 임원과 증권사 직원, 컨설팅업체 대표 등 5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유니켐 경영이 어려워져 상장폐지 위기감이 고조되자 심씨 등이 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자 주가를 부양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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