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당파 황영철 경선 거부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차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선출됐다. 한국당 몫인 예결위원장 자리를 놓고 김 의원과 경쟁하던 황영철 의원이 당일 경선을 포기하면서다. 지난해 7월 전임 원내지도부가 황 의원을 20대 국회 마지막 예결위원장으로 내정한 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를 뒤집고 김 의원과의 경선을 결정한 모양새여서 향후 복당파(황 의원)와 친박계(김 의원) 간 계파갈등도 재발할 조짐이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실시된 차기 예결위원장 선거에서 총 투표수 182표 가운데 113표(62%)를 얻어 당선됐다. 앞서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김 의원은 황 의원이 경선 거부 선언을 하면서 단독 후보로 추대됐다.
황 의원은 의총 도중 회의장을 나와 “1년 전 후반기 원 구성 당시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와 조율 끝에 1년은 안상수 의원이 먼저, 나머지 1년은 제가 하는 걸로 하고, 안 의원이 좀 더 일찍 사임하면 잔여 임기까지 제가 맡기로 했다”며 “당시 언론에도 보도됐는데 나 원내대표가 그 측근을 예결위원장에 앉히기 위해 당이 줄곧 지켜온 원칙과 민주적 가치들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이 2ㆍ27 전당대회 후보 출마로 예결위원장을 내려놓으면서 황 의원은 지난 3월부터 5월 말까지 잔여 임기를 맡았지만 국회 장기 파행으로 전체회의 한 번 열지 못했다. 전임 원내지도부 결정에 따라 황 의원은 이후 정식 임기를 시작하려 했으나 김 의원이 도전장을 내면서 상황이 꼬였다. 김 의원이 지난해 당원권 정지(검찰 기소)로 상임위원장 배분 논의에서 빠져 있던 데다 황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고,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경선을 요구한 것이다.
예결위원장에게 지역구 예산 증액 로비를 해야 하는 당 소속 의원들은 대법원 선고를 앞둬 지위가 불안정한 황 의원보다 김 의원을 내심 미는 분위기였다. 이를 감지한 황 의원은 경선 후보로 등록했지만 이날 경선을 포기했고 일부 복당파 의원들이 그를 위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진복 의원이 복당파라는 이유로 사무총장에 내정됐다가 불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만이 누적된 상태다.
김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예결위원장에 사실상 확정된 후 “여러가지로 마음이 무겁다”며 “예결위가 원내 전략과 함께 움직여야 할 상황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실제로 여당, 정부와 싸울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라 생각했다. 의원님들 의정활동 관련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예결위원장 경선을 둘러싼 잡음과 관련해 “원칙에 따라 처리했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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