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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아베의 네 번째 화살

입력
2019.07.06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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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가 고시된 4일 후쿠시마(福島)현 후쿠시마시에서 첫 유세에 나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가 고시된 4일 후쿠시마(福島)현 후쿠시마시에서 첫 유세에 나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7월 1일 반도체 소재(素材)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유무역 체제에서 특정 국가에 대해 자국이 독점 공급하는 제품 수출을 규제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발단이지만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우리의 뼈아픈 곳을 건드린 것만은 확실하다.

우려되는 점은 두 가지다. 우선,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히 모른다. 카드게임을 할 때 상대방이 카드를 내면 먼저 그 의중을 파악하는 법이다. 표면상 이유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항의지만 속내는 명확하지 않다. 걱정스러운 것은 일본의 화살이 우리 산업을 노리는 경우다. 1980년대에 세계 전자산업을 제패한 일본이 지금은 삼성전자에 한참 뒤져 있다. 그것도 자신의 부품을 이용한 한국 기업에. 일본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만일 일본이 이런 노림수를 갖고 있다면 게임이 길어지고 우리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 경제가 입을 피해의 정도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반도체 역할은 결정적이다. 작년에 반도체 수출은 1,270억달러(150조원)로 전체 수출액의 21%에 이른다. 우리나라 경제가 반도체라는 커다란 다리 하나에 많이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반도체 수출이 작년에 29%로 크게 증가했으나 올해 들어 6월까지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시장 전망도 좋지 않다.

반도체는 경제성장의 문제뿐 아니라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과 직결돼 있다. 달러를 벌어들이지 못해 경상수지가 적자가 되면 환율에 영향을 주고, 환율이 약세가 돼 물가가 상승하면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 그리고 높은 금리는 가계부채의 건전성에 영향을 준다. 현재 가계부채 규모의 심각성은 주지하는 바다. 최악의 경우 반도체 문제가 가계부채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구조다. 대마가 걸려 있는 패(覇)싸움이 될 수 있다. 일본에 사용할 패감조차 별로 없으면 어려워진다. 쉽게 볼 상황이 아니다.

일본도 상대방의 수출 규제로 곤란을 겪은 일이 있다. 일본은 1970년대에 대두(soybean)를 90% 이상 미국에서 수입했다. 그런데 미국에 가뭄이 들어 대두 수확량이 크게 줄면서 1973년 대두 수출을 금지했다. 이후 일본은 안정적인 식량자원 확보를 위해 해외에 대두 생산지를 만들기로 했다. 1974년 브라질과 협약을 맺어 1979년부터 22년간 브라질 세라도 지역에 해외 농업개발을 추진했다. 지금 브라질이 세계 최대 대두 생산국이 된 배경이다. 규제가 의외의 결과를 낳는 사례다.

이번 한일 경제전쟁을 통해 자원의 무기화뿐 아니라 공급독점 제품도 전략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소재ㆍ부품을 독자적으로 생산하려면 개념은 간단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성능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건 쉽지 않다. 오랜 기간의 시행착오와 끈기가 있어야 한다. 우수한 기술자가 있어야 한다. 현대차가 일찍이 자동차 부품 국산화에 심혈을 기울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부품 소재 국산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비상 상황이 해소되면 지금의 결기를 잊기 쉽다. 일본의 해외 대두 생산 사례처럼 핵심 부품 소재는 국가의 장기 전략 목표로 삼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세 개의 화살로 상징되는 아베노믹스를 통해 일본을 장기침체의 늪에서 끌어내려 했다. 양적완화로 대변되는 금융정책, 재정정책, 그리고 규제완화를 통한 성장전략이다. 금융정책 외에는 그렇게 신통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환율 저평가를 통해 다른 나라의 부(富)를 빼앗아 오는 근린 궁핍 정책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아베는 이번에 예상치 못한 네 번째 화살을 한국에 날렸다. 셈법이 간단치 않아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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