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년째 경기 포천시 관인면 초과리를 지키고 있는 오리나무가 천연기념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초과리 오리나무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5일 밝혔다. 초과리 오리나무는 나무 높이 21.7m, 가슴높이 둘레 3.4m 크기에 수령은 230년에 달하는 노거수다. 인가가 드문 마을 앞 논 한가운데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리나무는 전통 혼례식 때 신랑이 가지고 가는 나무 기러기, 하회탈, 나막신, 칠기의 목심(木心)을 만드는 재료로 쓰이는 등 전통 생활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오리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초과리 오리나무는 크기와 둘레 등 규격이 월등해 희귀성이 높고 고유의 수형을 잘 유지하고 있어 가치가 높다는 게 문화재청의 평가다.
포천 초과리 오리나무는 단옷날 그네를 매달아 마을주민들이 모여 놀았던 장소로 활용됐다. 초과리에는 오리나무를 둘러싼 전설도 있다. 배와 복숭아가 많이 나기로 이름난 초과리에 흉년이 들어 공납에 어려움이 생기자, 한 스님이 “과일나무가 모두 오리나무로 변할 것”이라고 예언한 뒤 실제 나무들이 변해 과일 바치는 일이 면제됐다는 이야기다.
문화재청은 초과리 오리나무에 대해 30일간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친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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