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헌정사상 최장 재임 총리를 눈앞에 둔 제96대 총리. 2006년 9월 만 52세로 총리에 올라 역대 최연소이자 전후 세대 첫 총리라는 타이틀도 보유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얘기다. 1차 집권은 1년 만에 막을 내렸지만, 2012년 12월 다시 총리직에 오른 그는 현재까지 장기 집권 중이다.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이변이 벌어지지 않는 한, 11월 20일이면 가쓰라 다로(桂太郞ㆍ1848~1913) 전 총리의 2,886일 재임기록을 깨고 역대 최장기간 집권한 총리로도 등극한다.

외조부는 태평양전쟁 당시 A급 전범으로 수감됐다가 도쿄 전범재판에서 불기소된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이며, 아버지는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무장관이다. 정치 입문 땐 부잣집 도련님 이미지였으나, 관방 부(副)장관이었던 2002년 1차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주도하며 일약 스타 정치인이 됐다.

2차 집권 이후엔 극우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주변국의 우려에도 외조부가 이루지 못한 ‘평화헌법 개정’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집단적자위권법(안보법)을 강행 처리하면서 방위비 증액과 무장 강화에 힘을 쏟는 한편, 역사교과서의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기술도 삭제했다. 전후 반성을 부정하는 수정주의 역사관으로 극우ㆍ보수층 지지를 확보, 장기 집권의 원동력을 마련한 것이다.

물론 2017년 모리토모(森友)ㆍ가케(加計) 학원 스캔들로 집권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을 활용한 대북 위기론을 내세워 돌파했다. 그리고는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반발하며 한국과의 갈등 전선을 형성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라는 대내외 비판에도 불구, 그는 지난 4일 한국만을 겨냥한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단행하는 등 거침없는 폭주를 이어가는 중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