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한국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하는 압박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EU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상 분쟁해결절차 두 번째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을 공식 요청했다. 한-EU FTA의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장(章ㆍ제13장)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을 약속한 한국 정부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FTA 노동 조항 문제로 전문가 패널이 소집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EU는 노동 조항, 즉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등에 대한 우리나라의 이행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분쟁해결절차의 첫 단계인 정부 간 협의를 요청했고 그간 양자 간 논의를 진행해왔다. 지난달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EU를 방문해 ILO 핵심협약 8개 중 아직 비준하지 않은 협약 3개(결사의 자유협약 제 87호ㆍ제98호, 강제노동 금지협약 제29호)에 대한 비준을 추진 중이라는 계획도 전달했다. 하지만 EU는 “국회에서의 처리 여부가 정치적으로 불확실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비준 추진 중인 ILO 핵심협약은 국내법과 상충한 내용이 있어 관련 입법이 필요하고, 이런 경우 비준을 위해선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 자유한국당 등은 ILO 핵심협약 비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번 EU 요청으로 앞으로 2개월 안에 전문가 패널(3명)이 구성된다. 이들은 이후 90일간 당사국 정부, 관련 국제기구, 시민사회자문단 등의 의견 등을 청취한 후 보고서를 작성해 양측 정부에 제출한다.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권고ㆍ조언 등의 이행은 양측 정부의 담당국장을 수석 대표로 하는 정부 간 협의체인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점검하게 된다. 만약 한국이 FTA 조항을 위반했다는 결론이 나면 EU가 직접적인 무역제재를 할 순 없어도 통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남궁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특혜관세 철폐 등 무역제재는 불가능하지만, 통상 관련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는 등 사실상 ‘제재’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전문가 패널에게 우리 정부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는 한편 계획한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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