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쓰인 ‘해동화식전’ 발견
부는 미덕이며 가난은 악덕이라고 주장한 18세기 재테크 서적이 발견됐다. 군자는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조선시대 통념을 거부하는 주장이어서 눈길을 끈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조선 영조 때 문인 식니당(食泥堂) 이재운(1721∼1782)이 조선시대 일반적 경제관념과 상업관을 뒤집는 이론과 사례를 정리한 책 ‘해동화식전(海東貨殖傳)’을 찾았다고 4일 밝혔다.
‘해동화식전’은 일몽(一夢) 이규상(1727∼1799)이 쓴 ‘병세재언록(幷世才彦錄)’에 명칭이 등장하지만, 실물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저자 이재운은 ‘해동화식전’ 첫머리부터 청빈(淸貧)이나 안빈낙도(安貧樂道)를 따르는 삶은 옳지 않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군자는 재물을 이용해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소인은 재물을 얻으려고 자신을 희생한다”며 “군자가 이익을 추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군자가 세 곱절의 이윤을 남기며 장사하는 상인의 수완을 잘 안다고 하여 잘못이라 책망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간의 이익 추구 본능을 “갓난아이에게 젖을 물리면 바로 울음을 그치고, 늙은이도 자손들이 고기와 죽을 내어오면 웃음을 보이며 기쁜 표정을 짓는다”는 데에 빗대 “나면서부터 잘 아는 사람이든 아니면 배워서 잘 아는 사람이든 부유하기를 구하고 재물을 모으기보다 앞세우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운은 농본주의 국가인 조선에서 재산 불리는 법과 부자 유형까지 기술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으로 평가된다. 이재운은 ‘해동화식전’에 부자 9명에 대한 일종의 열전을 실었다. 이 가운데 5명을 통해 부자가 되는 5가지 길을 제시했고 4명은 자수성가형으로 소개된다. 안 교수는 “이재운은 부의 획득이 횡재가 아니라 경영계획 수립을 통해 얻어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며 “스스로 노력을 통해 부를 얻은 자수성가형 부자를 경영론에 가장 잘 부합하는 부자라고 생각했다"고 분석했다.
이재운은 구두쇠 자린고비 사연을 기반으로 한 아끼고 절약하는 방법, 변화를 일으켜 형통하는 방법, 고생을 참고 근면하게 일하는 방법, 수완이 없어 거지로 사는 방법을 담기도 했다. 안 교수는 “이재운은 인색하게 재물을 축적하는 것을 조금도 비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해동화식전’과 ‘거부열전’을 분석한 논문을 한국실학학회가 펴내는 학술지 한국실학연구 최신호에 실었고, 단행본으로도 펴낼 계획이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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