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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본에 단호한 대응” 밝혔지만… 카드는 마땅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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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본에 단호한 대응” 밝혔지만… 카드는 마땅치 않아

입력
2019.07.05 04:40
수정
2019.07.05 10: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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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 “확전땐 마이너스게임” 수출 규제 상응 조치 역효과 우려 

유명희(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일본의 수출통제 관련 관계기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명희(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일본의 수출통제 관련 관계기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를 “명백한 경제 보복”이라고 규정하며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국제무역기구(WTO) 제소 외에 마땅한 대응책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상대(일본)에게 패를 미리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인데, 별 대책이 없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맞보복에 나선다 해도 산업구조상 일본에 입힐 타격이 크지 않아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라디오에 출연해 “WTO 제소 결과가 나오려면 장구한 세월이 걸리기 때문에 국제법ㆍ국내법상 조치 등으로도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법ㆍ국내법상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때문에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일종의 경고성 ‘레토릭’만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일본의 보복조치를 예상해 그간 대응 리스트를 준비했고 WTO 제소와 별개로 취할 조치들이 있다”며 “그 중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상대방에게 패를 다 보여줄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대응책이 준비돼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일본에 대한 ‘상응조치’로 크게 △국제공조를 통한 우회적 일본 정부ㆍ기업 압박 △WTO 제소 △특정 품목의 대일본 수출제한 등이 거론된다.

특히 강도 높은 우리 정부의 대응책으로 디스플레이 소재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자동차 부품, D램 메모리 반도체나 낸드플래시 등에 대한 대일 수출 제한 조치를 예상하고 있다. 일본 기업이 상당기간 대체하기 어려운 품목들로 단기간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분석에 근거를 둔 예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우려한다. 효과는 크지 않고 오히려 일본의 더 강한 보복을 부를 가능성 때문이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산업ㆍ무역 구조로 본다면 아쉽게도 우리가 큰 소리 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곽노성 동국대 교수도 “질적으로나 독점력으로나 우리 제품이 없으면 일본의 주력 산업이 치명타를 입느냐가 관건인데 과연 그 정도인지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때문에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정부간 관계 회복을 통한 타협을 이끌어내는 것이 최선이란 의견이 많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확전 시 상응조치는 결국 같은 방식의 수출 규제 밖에 없는데 이는 제로썸게임이 아닌 마이너스게임 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곽노성 교수도 “현재로서는 외교적으로 푸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경제ㆍ산업ㆍ외교 등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외형상 경제부처는 아직 일본 재무성 등과 접촉을 시도하지 않고 않으며, 외교부는 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정도일 뿐 오히려 경제부처의 문제로 미루는 인상이 짙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일본의 보복 조치가 강제징용 배상문제로 불거진 문제여서 경제 쪽에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도 “외교부 등과의 조율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구윤철 기재부 2차관 주재로 회의를 열고, 일본의 수출규제 3개 품목과 추가 제재 가능 품목을 선정해 이른 시일 내에 자립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연내 추진이 가능한 사업은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심의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내년 예산안에도 관련 예산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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