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풍력발전기의 세 기 중 한 기는 산사태 발생 위험 지역에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산사태로 풍력발전기가 쓰러지면 막대한 인명ㆍ재산 피해가 우려되고,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것 자체로 산지가 추가 훼손돼 산사태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는데도 산림청이 관련 법령을 정비하지 않은 탓이다. 산림청은 또 풍력발전단지의 재해 위험성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산지 전용 허가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산림청에서 산지 전용 허가를 받아 조성된 풍력발전단지 18곳의 발전기 192기 가운데 69기(35.9%)는 산사태 발생 위험이 매우 높거나(1등급), 높은(2등급)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강원 횡성ㆍ평창ㆍ삼척과 경북 영덕ㆍ영양, 울산시 울주, 경남 의령 등에 설치된 발전기들이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의 산림청 기관운영 감사 결과를 4일 공개했다.
산림청은 풍력발전단지 건설 업체에 산사태 위험성 검토를 요구하지 않아 사실상 ‘프리 패스’를 줬다. 산지관리법은 2만㎡ 이상 규모 산지에 전용 허가를 받으려면 재해위험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엔 ‘풍력발전시설은 부대시설을 제외한 발전기ㆍ전기실 등 주요 시설만 산지전용허가를 받으면 된다’는 맹점이 있다. 진입로 등 부대시설을 제외한 풍력발전단지 18곳의 면적은 모두 2만㎡ 미만씩이어서 위험성 검토를 ‘합법적으로’ 면제받았다. 감사원이 부대시설을 포함해 풍력발전단지 면적을 다시 계산했더니, 18곳 중 11곳이 2만㎡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감사원은 “부대시설을 포함한 풍력발전단지 전체 면적이 2만㎡ 이상일 경우 재해 위험성 검토를 의무화하도록 법령을 개정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산림청에 통보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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