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의 톨게이트 요금 수납노조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닷새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노조원들이 4일 오전 한때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을 기습 점거했다. 이로 인해 출근길 하행선(부산방향)은 극심한 정체를 빚는 등 큰 혼잡이 빚어졌다.
경기 분당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40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울톨게이트 요금센터 앞을 행진하던 노조원 600여 명 중 200여 명이 갑자기 경부고속도로로 뛰어들어 하행선 6개 차로를 막았다. 이들은 팔짱을 끼며 도로 위에 앉아 ‘직접고용’을 외쳤다.
이 때문에 하행선이 뒤쪽으로 판교분기점까지 4.7km 구간에서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경찰은 즉각 12개 중대를 동원해 노조원들에 해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경찰과 충돌해 노조원 38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경고 및 해산 명령에도 응하지 않은 채 버틴(교통방행 및 집시법 위반 등) 노조원 23명을 연행했다. 일부 노조원은 자체적으로 도로를 빠져 나와 점거 농성은 2시간여 만인 오전 9시30분 종료됐다.
도로 점거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노조원들은 요금센터 주변에 친 텐트와 천막에 모여 집회를 이어갔다. 특히 박선복 톨게이트 노조위원장 등 40여 명은 여전히 톨게이트 지붕인 케노피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박 위원장 등 10여 명은 이틀째 단식투쟁 중이다. 요금센터에는 이날 600여 명의 노조원들이 모여 시위를 이어갔다.
박선복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9월 자회사 전환협의회가 파행됐음에도 도로공사측이 기업노조와 무노조 3명, 전임 위원장 등을 불러 기습적으로 사인해 통과시켰다”며 “이는 명백한 반칙이며, 협의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공사는 2심 판결문에는 ‘기간을 정함 없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자회사를 안가는 노조원들에게 기간제에 사인하라고 하며 법원 판결을 무효화 시키려 하고 있다”며 “임금 30% 인상, 정년 1년 연장 등을 앞세워 노조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하지 않는 한 이곳에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도로공사 자회사 전환에 동의하지 않은 이들은 시위에 참가중인 600명을 포함해 모두 1,400여명이다. 이들은 지난 1일자로 해고(계약해지)된 상태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10분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이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개최한 집회에도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민주노총 투쟁본부 조합원 100여명이 참석해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발언에 나선 박순향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본부지부 부지부장은 “수백 명 노동자가 텐트 없이 이 자리에서 자고 있고, 서울톨게이트의 뜨거운 지붕 위에도 5일째 올라가 있다”며 “직접고용이 당연한 것인데 자회사로 가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하니 이렇게 싸울 수 밖에 없다”고 외쳤다.
앞서 지난 30일 500여명의 조합원들이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노숙 농성에 들어간 바 있다. 이들은 전날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에 참여하는 등, 나흘째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집회가 끝난 뒤에는 서울광장으로 행진에 나섰다. 남아있던 200여명 중 100여명은 서울톨게이트 농성에 합류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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