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계 등 美 수출품 ‘어부지리’… 5G 장비 점유율도 높아져
석유화학업계는 수익성 반토막… 장기화 땐 교역 위축 피해 커져
미국과 중국이 상호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본격 무역 전쟁을 벌인 지 오는 6일이면 1년이 된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싸움에 영향을 받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었겠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고, 특히 양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한국은 특히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해 본격적인 무역 전쟁을 벌이자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을 콕 찍어 "가장 피해를 많이 받을 나라 중 하나"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양국 분쟁으로 에틸렌을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중국 수요가 줄어들면서 에틸렌과 그 원료가 되는 납사의 가격 스프레드(원료와 최종제품 간의 가격 차이)가 톤당 3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납사와 에틸렌의 가격 스프레드가 700달러 안팎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반토막 난 셈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50% 넘게, 한화토탈은 15% 급감했다.
국내 대형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국내 화학업종은 중국 수출 비중이 40% 안팎에 달해, 대부분 중간재를 수출하기 때문에 중국 업체의 완제품 생산과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경우 연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한국이 단기 수혜를 입은 경우도 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올리면서 한국산 제품이 미국에 더 수출되는 `어부지리`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스탠다드차다드는 올해 초 내놓은 보고서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이 주로 한국, 영국 산 등으로 대체됐다"며 "특히 전자ㆍ기계류의 경우 지난해 8월~10월 중국산 수입은 전년대비 5%포인트 줄었지만 한국산은 1.2%포인트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높아지는 정보통신(IT) 산업 분야에서도 한국은 미ㆍ중 무역전쟁의 이득을 톡톡히 봤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 화웨이와의 거래를 금지한 뒤에는 화웨이가 주도권을 쥐고 있던 통신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이동통신장비 시장분석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전세계 5G 통신장비 매출 점유율이 37%를 기록, 화웨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전체 통신장비(2G~5G)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6.6%로 주요 사업자중 5위에 그쳤으나 미국의 대중 강공으로 크게 약진한 것이다.
그러나 미ㆍ중 무역 분쟁이 장기화 된다고 우리나라가 언제까지 이득을 보는 구조는 아니다.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에 고도로 연결돼 있는 우리나라는 미ㆍ중 무역 분쟁으로 전세계 교역이 위축되면 장기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수출을 하는 중국이 미국에 수출을 못하면 우리의 대중국 수출량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미국의 반(反) 화훼이 행보로 향후 화웨이가 스마트폰 등을 만들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IT 기업들이 반도체 대중국 수출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은 확전과 휴전을 반복하며 장기화 될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적으로 특정 품목에 한해 우리가 일시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지만,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미ㆍ중 무역 분쟁이 장기화 되면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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