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과 함께하는 유럽사 산책
김경화 고봉만 등 지음
글항아리 발행ㆍ224쪽ㆍ1만7,000원
유럽 축구 국가대표팀을 볼 때마다 선수들의 윗옷 왼쪽 가슴께 달린 문장(紋章)이 눈길을 잡는다. 잉글랜드 대표의 경우 사자 세 마리가 새겨져 있다. 잉글랜드 왕가를 상징하는 문양이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별칭은 ‘삼사자 군단’이다. 세 마리 사자 문장은 12세기 무렵 등장했다. 사자심 왕으로 불릴 정도로 용맹했던 리처드 왕(1157~1199)이 방패에 사자 세 마리를 담은 인장을 표시하면서 잉글랜드를 상징하게 됐다.
문장은 중세시대 전쟁터에서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기 위해 생겼다. 얼굴까지 가린 갑옷을 입고 아군과 적군이 뒤섞여 싸우는 상황에서 아군끼리 죽이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기사들은 특정 문양을 수놓은 코트를 갑옷 위에 걸쳤고, 병사들은 방패에 특정 무늬를 그렸다. 이후 문장은 특정 가문과 직업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발전했다.
문장이 오랜 시간을 거쳐 하나의 문화로 정착했으니 문장을 통해 특정 사회와 시대 변화를 엿볼 수 있다. 문장은 장자 상속이 원칙이라 장자가 아닌 자녀들은 자신들의 서열을 문장에 별도 표시해야 했다. 일명 방계 표시인데, 영국과 프랑스는 방계 표시를 엄격히 지켰는데 개인을 존중하는 영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풍토가 반영됐다. 이탈리아, 폴란드에서는 방계 표시가 거의 없다. 책은 국내에서 처음 저술된 문장 관련 연구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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