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화하자며 적대행위 필사적”… 미 “하던대로 했을 뿐”
6ㆍ30 판문점 회동을 통해 정상끼리 상호 신뢰를 확인한 북미가 여전히 실무급에서는 대북 제재 지속이 이 분위기에 온당하냐를 놓고 티격태격 중이다. 북한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을 지경이 될 때까지 유지하겠다고 미국이 공언한 대북 압박 수단이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대화 국면에 어울리지 않는 대표적 적대 행위가 경제 제재인 만큼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때까지 양측 신경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APㆍ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는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분위기를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근 미국이 올해 말까지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본국 송환을 촉구하는 서한을 유엔 회원국들에 보낸 일을 겨냥해서다. 대표부는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건 공동 서한(작성)이 미 국무부의 지시 하에 유엔 주재 미 대표부에 의해, 그것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정상회담을 제의한 당일에 이뤄졌다는 사실”이라며 “서한은 북미 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 행위에 점점 더 필사적이 돼가는 현실을 말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러 차례 언급했듯 우리는 제재 해제에 목말라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공교롭게 발송 시점(지난달 28일)이 시차를 감안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과의 비무장지대(DMZ) 회동을 제안한 날짜(같은 달 29일)와 비슷했을 뿐 늘 하던 대로라는 기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상 회원국은 3월까지 북한 노동자 현황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지만 이를 이행한 회원국은 30개국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 이행 강조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지난달 11일에도 북한이 불법 해상 환적을 통해 올해 한도(연간 50만배럴)를 초과한 정제유를 취득했다며 더 이상 공급하지 말라고 유엔 회원국들에 요구하는 서한을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보냈다. 동결(핵 생산 중단)만으로는 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는 게 대북 협상 실무 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일관된 입장이기도 하다.
압박이 대북 협상력을 강화한다는 건 별 이견 없는 미측의 신념이다. 지난달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기존 대북 제재를 1년 연장했고, 같은 달 20, 21일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와 ‘국제 종교자유 보고서’를 잇달아 발표해 개선되지 않고 있는 북한 인권 실태를 비판했다.
때문에 이날 성명은 판문점 회동에서 북미 정상이 2~3주 내에 재개하기로 합의한 실무 협상을 앞두고 북한이 미측의 관성을 깨고 유리한 고지를 점해보려는 의도일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비건 대표가 잠정 협상 목표로 제시한 동결만 해도 자기들이 기겁하는 신고가 사실상 전제돼야 하는 조치여서 북한이 수용하기 쉽지 않은 요구”라며 “협상에 들어가기 전까지 북한 역시 마찬가지로 기존 입장에서 양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계속 발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상이 만났다고 일거에 입장이 바뀔 수는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집념이 강한 만큼 점차 협상 모드로 분위기가 전환할 것 같다”고 낙관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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