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급식 대란 도돌이표... “학교 비정규직 처우 개선 로드맵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급식 대란 도돌이표... “학교 비정규직 처우 개선 로드맵을”

입력
2019.07.05 04:40
1면
0 0

 노조 “법적 지위 확보를” 교육부 난색...“시도별 근로조건 통일해야” 목소리 

학교 비정규직 파업 이틀째인 4일,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조합원들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임금 인상,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비정규직 파업 이틀째인 4일,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조합원들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임금 인상,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면서, 이들의 처우와 지위를 안정시킬 근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 요구가 있을 때마다 학교 비정규직을 대량 채용해 놓고 사실상 방치하면서 ‘급식 중단’ ‘돌봄 파행’ 등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학생과 학부모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12년 ‘호봉제 도입 및 교육감 직접고용’ 등을 요구하며 벌인 파업을 시작으로 2014년, 2016년, 2017년 총 4차례 하루 또는 이틀 간 총파업을 했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15만1,809명에 달한다. 조리사, 돌봄전담사, 실무사, 강사 등 직종만 70개에 이른다. 학교 비정규직이 가장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는 ‘학교 자율화’ 정책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 때로, 영어 전문강사,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 등이 학교로 대거 들어왔다. ‘돌봄’을 강조한 박근혜 정부에서는 돌봄전담사들이 대폭 늘었다. 문재인 정부도 ‘온종일 돌봄정책’을 추진하면서 돌봄교실에 종사하는 학교 비정규직 인력이 대거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재 약 90%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최소한의 고용안정은 보장됐지만, 직무에 걸맞는 처우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2017년 7만명 수준이던 학교 비정규직 노조의 조합원은 2년 만에 9만명대에 진입하면서 이들의 정치적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 파업을 조직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는 기본급 6.24% 인상과 함께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공무원 최하위 직급(9급)의 80%’로 임금 수준을 맞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근본적인 처우 개선을 위해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교육공무직’이라는 이름으로 법적 지위를 확보해 달라고 주장한다. 현재 이들의 채용ㆍ관리에 대한 내용은 각 시도교육청의 조례에 규정돼 있다. 반면 교육부는 이들을 법으로 관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조례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없고, 지방자치와 교육자치 관점에서도 조례로 관리하는 게 맞다”며 “공무원들처럼 법으로 이들의 신분을 보장할지 여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의원 시절이던 2016년 비정규직인 교육공무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교육공무직법안’을 발의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당시 교사와 교사지망생들은 ‘역차별’이라고 강하게 반발했고, 유 부총리는 “다시 같은 법을 발의할 일은 없다”고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학교 비정규직 파업 이틀째인 4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학생들과 대체 급식을 맛보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 비정규직 파업 이틀째인 4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학생들과 대체 급식을 맛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교섭 때만 ‘반짝’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이들에 대한 장기적인 처우 개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원 부소장은 “교육부가 17개 시도교육청의 컨트롤타워로서 ‘동일임금 동일노동’과 같은 원칙을 세우고, 시도교육청 별로 다른 근로 조건을 통일하는 등 처우개선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나 교육청이 교섭 때만 테이블에 앉지 말고 상시적인 채널을 열어두고 신뢰를 쌓아야 갈등(파업) 예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학령 인구는 급감하는데, 학교 내 공공부문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민간부문의 효율성을 등한시하고 공공부문을 비대화하면 공공서비스 단가는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학교 서비스를 정부가 모두 맡아서 하려는 방향성이 옳은지부터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둘째 날에 접어든 파업 규모는 첫 날에 비해 소폭 줄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국공립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1만7,342명이 파업에 동참했다. 첫째 날과 비교해 참가자는 4,662명 줄었다. 파업의 영향으로 대체급식을 하거나 단축수업을 한 학교도 전국 학교 1만454곳 중 20.8%(2,177곳)으로 전날(3,547곳)에 비해 1,370곳 감소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