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재정지원형 민영제’인 현행 버스준공영제에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를 서울시가 직접 고용하고, 버스회사에 대한 적자 보전도 조건부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4일 “지금의 버스준공영제는 기본적으로 민영제 체제 안에서 공적 지원으로 보완한 재정지원형 민영제”라며 “현실적으로 공영제 전환이 어려운 만큼 기존 민영제 체제를 존중하면서 공적 서비스를 늘리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버스준공영제 도입 15주기를 맞아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가 주최한 '시내버스 준공영제 개선방안 토론회' 자리에서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 정책위원장은 “최소한 시가 실비로 직접 지원하는 항목은 시가 관리하는 공적 체계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며 “현재 시가 운전직의 인건비와 퇴직금을 직접 지급하고 있는데, 이를 서울교통공사 내 버스사업단을 만들어 직접 고용하면 비용도 따로 안 들면서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버스까지 포함한 교통수단 정책 기능을 서울교통공사로 통합하자고도 덧붙였다.
2004년부터 시행되어온 준공영제는 그 동안 종사자 처우 개선과 안정적 운영으로 서비스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버스회사의 이익보장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공교통네트워크에 따르면 준공영제 도입 당시 57개였던 버스회사는 현재 65곳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버스 대수는 7,978대에서 7,401대까지 줄었는데 업체 수는 늘어난 기현상은 현재의 개별 사업자 지원 구조가 오히려 업체 난립을 부추겼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애초에 부실한 업체에 대한 퇴출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김 정책위원장은 “현재 보조금을 당연지급하는 방식에서 조건부 지급방식으로 전환하자”며 “특정 기준에 따라 재정지원 대상을 정하고, 지원받지 못한 업체가 적자 노선을 줄이거나 없애면 시가 공공 노선으로 직접 운영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시민 세금으로 버스회사의 적자를 보전해 주고, 운영비를 지원하는데도 시는 사실상 관리ㆍ감독할 근거도 없는 형편이다. 이형규 서울시 버스정책팀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시의 재정지원금 증가가 우려되고, 공적 관리ㆍ감독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업계의 경영개선 노력을 이끌기 어렵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준공영제에 완전히 부합하는 형태가 아닌 민영제 여건을 고려하고 있는 현재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이나 신규 법규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박준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준공영제에 대해 비효율적으로 세금이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줄지 않은 상황”이라며 “좀더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운영되면서 법적 책임과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만기 녹색교통 공동대표는 “준공영제가 준공영제답게 운영될 수 없는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가 우리나라 여객운수사업이 면허제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기한도 없고 사실상 세습되는 면허제가 있는 상황에서는 업체간 경쟁을 도입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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