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고의 쇼가 될 것이다(It will be the show of a lifetim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기념 행사를 기대하라며 쓴 트위터 글에 민심이 달아오르고 있다. 워싱턴 링컨기념관 앞에 M1 에이브럼스 전차, 브래들리 장갑차가 등장하고, 상공에서 F-22 전투기, F-35 스텔스기 등 미 공군 주력기들의 축하 비행이 이뤄질 이날 행사에는 1,000억여 원이 투입돼 처음 계획이 공개될 때부터 논란이 일어왔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행사 중 내셔널 몰 연단에서 1시간 동안 대중 연설에 나설 예정이어서 사실상 열병식을 선거운동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군 고위급들은 ‘군이 정치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기본 원칙이 훼손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CNN 방송은 3일(현지시간) “군이 트럼프 대통령의 독립기념일 행사가 정치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군은 이번 독립기념일 행사의 중심에 선다. 전차는 물론 신형 F-35C 전투기와 B-2 폭격기 등도 퍼레이드에 나선다. VH-92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도 첫선을 보인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대행과 조지프 던퍼드 합동참모의장, 리처드 스펜서 해군부 장관 등 군 최고위급 인사들도 트럼프 대통령과 한 자리에 설 예정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에 이미 시동을 걸었다는 점이다. 민간단체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의 조던 리보위츠 공보국장은 “군 인사들은 정치 행사에 참석하면 안 된다”라며 “만약 군 인사들이 제복을 입고 정치 연설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 곁에 선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NN은 “대통령이 기념식을 공공연하게 정치적 이벤트화한다면 군의 참석자들은 군의 정치활동 금지와 관련한 국방부 가이드라인을 위반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몇몇 군 인사들은 직접 행사에 참석하는 대신 대리인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프 렝겔 주방위군 사령관은 해외 출장 중이고 데이비드 골드페인 공군참모총장은 마침 휴가를 냈다. 토머스 크로슨 국방부 대변인은 “고위급 지휘관들이 직접 참가할 수 없는 행사에 대리인을 보내는 일은 일상적”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패트릭 섀너핸 전 국방장관대행은 6월 초 국방부 내부 회람을 통해 “비정치적 입장을 강화할 것”이라고 국방부 구성원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국방부에 독립기념일 행사 초대권 5,000장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내부에서는 독립기념일 행사에 탱크와 무장차량이 등장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표면화되는 실정이라고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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