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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보복 첫날... “국제법 위반” “상응조치” 靑ㆍ경제부처 동시 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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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보복 첫날... “국제법 위반” “상응조치” 靑ㆍ경제부처 동시 포문

입력
2019.07.04 20:00
수정
2019.07.05 10: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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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적 대응 적극 강구”홍남기 “징용판결에 대한 보복 명백”

정부 조치 불투명해 불안한 재계 “정부, 기업과 소통 확대해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 및 각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단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기업인 간담회' 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 및 각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단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기업인 간담회' 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청와대가 4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등 3개 부품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키로 한 조치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적극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일본 아베 정부의 정치적 의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청와대 차원에선 ‘전략적 침묵’을 택하겠다는 기조를 나흘 만에 바꾼 것으로, 일본 측 보복조치에 따라 정부 대응 수위가 높아질 것임을 예고했다.

한국을 상대로 한 일본의 전격적인 경제 규제가 시행된 첫날인 이날 청와대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취한 수출 규제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 등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이러한 조치를 철회하도록 하기 위한 외교적 대응 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당초 국제법 위반에 더해 “정치적 보복 성격으로 규정한다”는 문구를 담은 보도자료를 냈다가 30분 만에 관련 표현을 삭제하고, 외교적 대응 방안만 언급하는 등 상황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즉각적인 보복 조치 개시 대신 WTO 등 중재기구를 통한 문제 해결에 무게를 뒀던 정부의 대응기조는 이날을 계기로 정부 핵심관계자들이 일제히 대일 비판 포문을 여는 등 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일본 조치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데다 대응 역시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정부의 발언 강도는 이전보다 훨씬 세졌다는 평가다.

정부의 변화된 모습을 처음 대변한 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다.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홍 부총리는 “강제징용에 대한 사법 판단에 대해 (일본이) 경제에서 보복한 조치라고 명백히 판단한다”며 “상응 조치 등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세계무역기구(WTO) 판단을 구하기 위한 내부 검토 절차가 진행 중이고 (제소) 시기를 결정하겠다“거나 “국제법ㆍ국내법상 조치 등으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는 등 발언 강도를 높였다.

오후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지원사격에 나섰다. 반도체협회와 디스플레이협회, 무역협회 등이 참여한 대책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그는 “한국만을 특정해 선량한 의도의 양국 민간기업간 거래를 제한하는 것으로 다자간 전략물자 수출통제 시스템의 근간인 바세나르체제 기본지침을 위배하고 있다”며 “일본의 수출통제 강화조치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JTBC에 출연해 “에스컬레이션(갈등 상승)을 만들겠다는 게 아베 일본 총리의 의도이고, 거기에 말려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진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부가 이렇듯 대응 강도를 높였지만 경제산업계는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일본측의 보복조치에 맞서 단계적으로 밟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 상응조치의 구체적인 내용과 수준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한일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단호히 대처한다고 당장 뭘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강제징용 판결에서부터 불거진 문제라 경제(산업) 쪽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우리 정부의 자세 전환에 따라 당분간 한일 무역전쟁의 긴장 완화보단 갈등 고조 분위기로 이어질 공산이 커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외교적 문제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답을 모두가 알고 있어 더 답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 조심스러운 건 이해가 가지만 일본의 규제가 더 확대될지 모르고 어떤 식으로 갈등이 전개될지도 모르는 지금 상황에서는 정부가 기업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예측가능성을 높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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