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등 공무원-공무직 勞勞 갈등
명퇴수당 등 관련 조례 논의 감감
“비정규직에서 공무직(무기계약직)으로 이름만 달라졌을 뿐 임금과 처우의 차별은 여전합니다.”
“공무직은 고용이 안정됐으니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입니다. 시험도 보지 않고 공무원 대우를 받는 건 역차별 아닌가요?”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 지 2년이 흐르면서 기존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문제가 본격 대두되자 현장에서는 ‘노노(勞勞)갈등’이 커지고 있다. 공무직 노조는 고용안정뿐 아니라 비슷한 업무를 하는 공무원의 수준에 준하도록 임금과 복지 여건 등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기존 공무원 조직은 이는 ‘역차별 조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공무직은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 채용돼 청소·경비·시설관리·안내·교육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이들이다
4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공무직 채용 및 복무 등에 관한 조례안’이 소관 상임위인 행정자치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 조례안은 서울시 소속의 공무직 차별 금지와 근무 환경 개선을 목표로 20년 이상 근속자 명예퇴직 수당 지급, 무분별 해고를 막기 위해 인사관리위원회에 공무직노조 추천인 포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정기회의 때 해당 조례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었는데, 서울시공무원노조(서공노)의 강한 반발에 가로 막혀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서공노는 “공무직에 명예퇴직 수당까지 주는 것은 특혜이고, 채용절차를 거치지 않고 복무관리 없이 대우만 받는 건 공청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동호 서울시공무직지부 부지부장은 “무작정 공무원을 시켜달라는 게 아니라 공무직의 채용 근거를 조례로 만들고 처우 개선 과정에서 공무원처럼 몇 가지 수당을 신설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외에도 여러 곳에서 공무직의 처우개선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광주의 경우 5개 구청 공무직이 모인 광주·전남 자치단체공무직노조가 지난 2일 퇴직금 가산제도와 육아휴직 차별 폐지 등을 주장하며 삭발식을 했다. 그러나 광주 자치구들은 재정 여건상 공무직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기존 공무원 조직과 공무직 조직이 여론전을 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공무직 처우를 공무원에 준해 개선해달라”, “공무원에 대한 역차별을 멈춰 달라”는 내용의 상반된 청원이 올라와 이날 3시 기준 각각 1만2,000여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규직화 추진을 하며 임금체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부실하게 제시한 것이 갈등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공무직은 통일된 기준과 원칙 없이 각 기관의 사정에 따라 제각각인 임금체계, 임금수준, 직무등급 등을 적용받고 있다. 개별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숙련도나 책임성, 난이도, 위험도 등에 따른 차이를 ‘객관적’으로 인정하기 힘든 구조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장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실현되려면 직종과 직무에 따라 임금체계 및 수준, 직무등급체계를 표준화해야 한다”며 “기존 정규직의 양보뿐 아니라 비정규직 내에서 조정도 있어야 하는 만큼 노동계 내부 갈등은 당분간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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