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 소송전 틈타
국내 배터리업체를 겨냥한 중국의 ‘인력 빼가기’에 기술 유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 1위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이 국내 배터리업체 전문 인력들에게 접촉해 막대한 연봉을 무기로 공격적인 영입에 나서고 있다. CATL이 국내 배터리업체 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제시하는 연봉은 160만~180만위안(약 2억7,184만~3억5,82만원) 수준으로, 업계의 부장급 평균 연봉 1억원의 약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CALT 측 제시 연봉 세후 기준으로, 세전으로 치면 훨씬 높다”며 “인력 이동과 함께 중국으로 배터리 중요 기술들도 함께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CATL은 급속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최근 독일 공장 투자 규모를 2억4,000만유로(약 3,171억원)에서 18억유로(약 2조3,786억원)로 7배 이상 늘리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서 CATL은 25.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국내 배터리업체의 합계 점유율은 15.8%에 그쳤다.
중국 기업들의 우리나라 전문인력 빼가기는 처음이 아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2017년 국내 배터리 인력 모집 공고를 냈고, 중국 배터리 제조사 ATL은 2010년 국내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연봉을 최대 10배까지 높게 제시하며 스카우트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CALT 측이 국내 배터리 업계가 소송전으로 소란스러운 틈을 타 인력을 빼가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는다.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SK이노베이션이 지난달 국내 법원에 맞소송을 제기했다. ITC 소송은 내년 6월 5일 예비판결, 10월 5일 최종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업계에선 엔지니어 처우 개선 등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의 연봉 등 대우가 대폭 좋아지면서 이직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인력과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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