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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쥐고 흔들려는 중국, “내정간섭 말라” 만만한 영국 때리기에 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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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쥐고 흔들려는 중국, “내정간섭 말라” 만만한 영국 때리기에 혈안

입력
2019.07.04 17:05
수정
2019.07.04 18:5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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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과격 시위대가 점거했던 입법회 내부를 홍콩 당국이 3일 공개했다. 단상 뒤 홍콩 정부 마크는 훼손돼 흉물스럽게 변했고, 벽 곳곳에는 검은색 스프레이로 송환법 반대 구호가 휘갈겨 적혀 있다. 홍콩=코리아타임스
지난 1일 과격 시위대가 점거했던 입법회 내부를 홍콩 당국이 3일 공개했다. 단상 뒤 홍콩 정부 마크는 훼손돼 흉물스럽게 변했고, 벽 곳곳에는 검은색 스프레이로 송환법 반대 구호가 휘갈겨 적혀 있다. 홍콩=코리아타임스

홍콩 입법회(우리의 국회) 점거 시위 이후 중국이 영국을 상대로 연일 포화를 퍼붓고 있다. 영국 정치권이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강조하며 시위대를 지지하자, 중국은 “내정간섭 말라”고 맞받아치며 정면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격한 반응이다. 반면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한 미국을 향해서는 비판을 삼가며 불필요한 마찰을 애써 피하는 모습이다. 일찌감치 폭력 시위에 강경 입장을 밝힌 중국이 홍콩에 개입하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인 영국 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류샤오밍(劉曉明) 영국 주재 중국대사가 나팔수로 나섰다. 류 대사는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영국이 홍콩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내정간섭일 뿐만 아니라 범법자를 두둔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홍콩은 중국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더 이상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다”면서 “홍콩에 대한 내정간섭을 중단하도록 요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4일 전했다.

앞서 영국 정치권은 앞다퉈 홍콩 지지 의사를 밝히며 중국을 자극했다.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3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홍콩 시민은 임의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중국 본토 송환 제안에 대해 불안해할 권리가 있다”며 “그들을 지지하고 기꺼이 변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중국 정상에게 직접 우려를 전했다”면서 “반환협정에 담긴 홍콩의 높은 수준의 자율성과 권리,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외무부는 류 대사를 회견 직후 즉각 초치하면서 “발언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영국이 총대를 멘 것은 1984년 중국과 체결한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에 근거한다. 1997년 중국 반환 이후로도 2047년까지 50년 동안 홍콩이 현 체제를 유지하는 일국양제를 규정하고 있다. 자연히 중국으로서는 영국의 종주국 행세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줄곧 내정간섭을 외치며 홍콩이 중국 영토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은 특히 홍콩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해 합법적인 공권력 행사를 강조하며 영국의 이중잣대를 집중 비판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4일 “2011년 8월 런던 소요사태 당시 영국 정부는 3,000명의 시위대를 체포해 1,774명을 기소하고 317명은 징역형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 “메이 당시 내무장관은 소요를 절대 범죄행위로 규정했다”며 “향후 또다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군대를 동원할 것”이라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발언을 소개했다. 과격 시위대를 엄중 처벌하려는 홍콩 정부의 강경 입장이나 이를 지켜보는 중국의 우려가 영국의 전례에 비춰봐도 과도하기는커녕 지극히 당연하다는 항변이다.

이처럼 중국과 영국이 설전을 주고 받는 사이 홍콩 경찰은 체포 작전에 속도를 냈다. 경찰은 3일 성명을 내고 “지난 1일 입법회 점거에 가담한 14~36세 남성 11명과 여성 1명을 포함해 총 18명을 체포하고 이외에 수십 명을 추적하고 있다”며 “무기소지, 불법집회, 경찰폭행,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라고 밝혔다. 중국의 적극적인 개입 의지를 확인한 홍콩 당국이 기세를 놓칠세라 대대적인 시위자 검거작전에 나선 것이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입법회 내부에 남은 헬멧, 마스크, 쇠막대 등 시위대 물건과 자취를 확보해 지문과 DNA인식 작업에 착수했다.

동시에 홍콩 당국은 시민들이 점거한 입법회 건물 내부를 언론에 공개하며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려 안간힘을 썼다. AP통신에 따르면 벽 곳곳에는 검은색 스프레이로 휘갈겨 칠한 반정부 구호와 욕설이 가득했고 책상과 의자, 모니터, 유리창 등은 깨지고 망가져 흉물스럽게 널려 있었다. 당국은 재산 피해가 1,000만 홍콩달러(약 15억원)는 족히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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