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정부의 상응 조치가 구체화하고 있다. 청와대는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일본의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 규범과 국제법을 위반한 정치보복”이라고 규정,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WTO 제소 등 ‘상응 조치’ 마련”을 공언했고,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곧 핵심 소재ㆍ부품ㆍ장비 수입선 다변화, 국내 조달망 강화 등의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이 1일 3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절차 강화를 발표한 뒤부터 국민들은 정부의 허술한 대응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이 경제보복을 여러 차례 경고했는데도 대비에 소홀했던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 더욱 그렇다. 반면 일본은 규제 대상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감광재)만 해도 전문가만 알 수 있는 광원 파장까지 구체적으로 지정해 한국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까지 방해할 정도로 경제 보복을 세밀히 준비해 대조를 보였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가장 아픈 3가지를 정확히 집어냈다”고 실토했을 정도다. 여기에 일본은 한국을 안보상 우방국에서 제외, 더 광범위한 첨단기술 및 전자부품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는 후속 조치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일본이 무역전쟁을 먼저 도발한 만큼 상응한 정부 조치는 지극히 당연하다. 다만 정부의 맞대응 대책은 초기 대응 실패를 만회할 정도로 치밀하고 효과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일본의 추가 도발을 막고, 국민의 낭패감과 실망감을 달랠 수 있다. 일본 보복의 부당성을 정확히 알려 아베 정부를 자유무역주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다행히 미국 중국은 물론, 일본의 주요 언론들조차 일본 정부의 보복에 부정적 평가를 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당당한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 제조업은 긴밀하고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한일 무역전쟁은 결국 양국 모두에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남기게 될 것이다. 정부는 상응 조치를 촘촘히 준비해 의연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피해를 최소화할 외교협상 노력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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