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상지위남용 혐의 개선 의사 밝히며 동의의결 신청
총 13차례 신청 인용은 7건, 골프존 최근 4건은 ‘기각’
국내 이동통신 3사에 광고비와 수리비를 떠넘긴 혐의를 받고 있는 글로벌 기업 애플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자진 시정을 신청했다. 그간 혐의를 부인해온 애플이 입장을 바꾼 것으로, 임박한 공정위 제재를 피하려는 선택이라는 게 중론이다. 공정위는 기존 제재 심의를 중단하고 애플의 신청을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전원회의 심의를 곧 개최한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남용 혐의를 받는 애플코리아가 ‘동의의결’을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심사관이 이번 신청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상정하면, 공정위는 14일 안에 전원회의를 열어 동의의결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동의의결은 사업자 스스로 거래질서 개선과 소비자 피해 구제 등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및 관계기관의 의견 수렴을 거쳐 타당성을 인정하면 혐의에 대한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것이다. 사업자는 과징금 등 처벌을 피하고 피해자는 보다 신속히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애플의 지위남용 혐의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고, 지난해 4월 법 위반 혐의가 담긴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전원회의는 지난해 12월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세 차례 진행됐다. 이에 대해 애플 측은 통신사들과의 계약에 따른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애플이 태도를 바꿔 동의의결을 신청한 것은 공정위 제재 결정이 임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미국, 일본에서도 경쟁당국의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는 애플 입장에선 이번 신청이 인용돼 위법 여부 판단을 면할 경우 다른 나라 조사에서 한국 공정위 결정이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다만 공정위가 최근 들어 동의의결 신청에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는 점은 변수다. 동의의결은 2014년 3월 네이버와 다음을 시작으로 애플 이전까지 총 13개 회사가 신청했는데 이 가운데 6개 회사는 절차 개시 결정 과정에서 신청이 기각됐다. 특히 2016년 퀄컴부터 지난해 골프존까지 최근 4차례 동의의결은 줄줄이 기각됐다. 신청이 기각 또는 각하되면 기존 제재 심의가 재개된다.
결국 애플이 제시한 시정방안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고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법 행위의 중대성과 증거의 명백성 여부 등 사건 성격, 소비자 보호 등 공익에의 부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의의결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개시 결정이 내려지면 잠정 동의의결안 작성→위원장 보고 후 잠정안 결정→의견수렴 →최종 동의의결안 상정→동의의결 확정의 절차를 거친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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