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히비스커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ㆍ황가한 옮김
민음사 발행ㆍ376쪽ㆍ1만5,000원
“우리는 여자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야망을 품는 것은 괜찮지만 너무 크게 품으면 안 돼. 그러면 남자들이 위협을 느낄 테니까. 만일 우리가 젠더에 따른 기대의 무게에서 벗어난다면 우리는 얼마나 더 행복해질까요? 얼마나 더 자유로울까요?”
2012년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주제로 한 TED 명사 강연은 유튜브 등에서 250만건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며 세계를 뒤흔들었다. ‘21세기 페미니스트 선언’이라 불린 이 강연은 2014년 미국에서 동명의 에세이로 출간되었고 이후 성평등 교육의 필독서가 됐다.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아디치에의 소설 데뷔작이다. 나이지리아의 엄격한 상류 가정 출신 소녀의 정신적 독립 이야기를 담은 이 장편소설로 아디치에는 2004년 영연방 작가상과 허스턴 라이트 기념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겉으로는 자수성가한 진보 사업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족들에게 복종을 요구하고 폭력을 일삼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아래서 침묵 당하던 소녀가 자유에 눈 떠가는 과정을 그린다. 페미니스트 소설가인 아디치에의 출발이 어딘지 가늠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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