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인원 2배 이상 몰려, 20대부터 60대에 직업도 다양
지난달 24일 경북 포항시 남구 임곡면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는 한바탕 춤판이 벌어졌다. 포항시민무용단 1기 수강생들이 야외 특별수업 일환으로 춤사위를 펼친 것이다. 지난 4월 무용에 입문한 새내기들이지만 30여명의 단원들은 한복차림으로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춤을 췄다.
포항문화재단이 주민 여가선용과 창작예술활동 지원을 위해 마련한 포항시민무용단이 인기다. 시작할 때만 해도 중도포기자가 많을 것으로 보고 적정인원의 2배나 모집했지만, 넉 달째 접어든 지금까지 한두 명만 개인사정으로 그만두었을 따름이다. 예상을 넘는 호응에 재단 측은 부랴부랴 더 넓은 교육장을 구해야만 했다. 포항시청 문화공연장인 대잠홀 내 연습장에서 대형무대로 변경했다.
시민무용단은 공연전시팀 김용환씨의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지역출신 김동은 무용가를 강사로 초빙, 무료로 한국무용을 가르치고 있다. 매주 월요일 2시간씩 20주 과정이다. 직장인들도 퇴근후 참여할 수 있도록 오후 7시에 시작한다.
김용환씨는 “강의가 평일 저녁시간대지만 수강생 중 절반 정도는 포기하지 않을까 싶어 신청자를 다 받았는데 관두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교육생들이 2시간 내내 즐거워해 담당자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포항시민무용단은 접수 때부터 호응을 얻었다. 문화재단측은 미달을 걱정했지만 일찌감치 마감됐고, 정원의 2배가 넘는 36명이 몰려 오히려 선발을 고민해야 했다.
신청자들은 20대 초반부터 손주를 둔 60대에, 직업도 현직 벨리댄스 강사부터 주부까지 다양했다. 또 딸의 권유로 엄마까지 함께 등록한 모녀 수강생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신청자 중 남성은 한 명도 없었다. 아직은 무용이 여성의 영역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수강생들의 열의도 높다. 따로 복장을 정하지 않았는데도 각자 알아서 한복을 가져와 입고 수업에 임한다.
모녀 수강생의 딸인 이지민(22)씨는 “한국무용이라 정적인 동작이 많은데도 끝나면 옷에 땀이 흥건하지만 ‘힘들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며 “여러 사람이 함께 춤을 추니 잡념이 사라지고 오히려 스트레스도 해소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문화재단은 오는 10월 공연을 끝으로 포항시민무용단의 1기 강의를 마무리한 뒤 이어 2기, 3기 등의 과정을 만들어 진행할 계획이다.
강사인 김동은 무용가는 “한국무용을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수업 내용을 가벼운 운동과 자세 교정 중심으로 짰다”며 “이어지는 2기 모집에도 참여자가 많아 무용단 강좌가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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