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의 절대 권력화도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 이뤄져”
여권 자극하는 발언 주 이뤘지만 이번엔 공개 항의 없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권은 절대권력 완성을 위해 민주주의를 악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신독재를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연설은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 3월 첫 번째 연설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달라”고 발언, 본회의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바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지금 국민들은 ‘불안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하며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특히 “정치 불안은 공포 수준으로,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을 쪼개고 가르고 있다”며 “6ㆍ25 전사자 앞에서 김원봉을 추켜세운 것은 스스로 대한민국 대통령임을 망각하는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또 “이 정권은 절대권력 완성을 위해 민주주의를 악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이것은 바로 이코노미스트지가 말한 ‘신독재’ 현상과도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 2년 동안 반대파에 대한 탄압과 비판 세력 입막음의 연속이었다”며 “정권을 비판하면 독재, 기득권, 적폐로 몰아간다”고 말했다. 특히 “마지막 퍼즐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폭거로 현실화됐다”고 밝히며 “차베스의 집권과 절대 권력화도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 이뤄졌다. 이대로라면 문재인 정권도 방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연설에서도 여당을 자극하는 발언이 주를 이뤘지만, 민주당은 지난번 연설 때와는 달리 도중에 일어나 항의하거나 공개적으로 야유를 보내지 않았다. 대신 한국당 의원들이 문 대통령 실정을 부각하는 발언에 박수를 보냈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의 연설도 겨냥했다. 그는 “어제 여당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수사를 비판했다”며 “여전히 집권세력이 민노총의 촛불청구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현 정부 하에서 이뤄진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도입 △한일관계 파탄 △붉은수돗물사태 △문재인케어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료 인상 암시와 한전 적자를 거론하며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대안은 한국당이 갖고 있다”며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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