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원장에 산부인과 의사 출신 폰 데어 라이엔
ECB 총재에 첫 IMF 여성 수장 라가르드
유럽(EU)정상회의가 2일(현지시간) EU의 행정부 수반 격인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60) 독일 국방장관을 추천했다. 아울러 유로존 통화정책을 관할하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는 프랑스 출신의 크리스틴 라가르드(63)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내정됐다. EU의 정치ㆍ경제 정책 총괄자인 집행위원장과 ECB 총재를 모두 여성이 맡게 된 것은 EU 역사상 처음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60년 넘게 남성이 지배해온 집단이 두 여성에 의해 깨졌다”며 이번 정상회의 결과를 일대 사건으로 평가했다.
폰 데어 라이엔 장관은 이달 중 실시되는 유럽의회 인준투표에서 유럽의회 의원 751명 중 과반수가 찬성하면 11월부터 집행위원장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각국 간 사전 협의를 거쳐 후보를 추천하는 EU 정상회의 관례를 감안하면 폰 데어 라이엔 장관의 집행위원장직 수임은 확정적이다. EU 행정부 수반에 여성이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독일인으로서는 1967년 이후 52년만이다. 이날 정상회의가 끝난 뒤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유럽은 원래 여성적”이라며 “(두 여성 발탁은)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는 결과”라고 밝혔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11월부터 EU를 이끌게 될 폰 데어 라이엔 장관은 7남매의 어머니이자, 여성 첫 독일 국방부 장관이라는 화려한 명함으로 화제를 뿌려왔다. 산부인과 의사였던 그는 42세에야 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을 통해 정치에 입문했다. 아버지 에른스트 알브레히트는 니더작센주 주지사를 지냈다.
정치인으로서 그는 북유럽 국가를 본뜬 전국 보육기관 신설과 남성 유급 육아휴직 확대 등 출산 장려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다. 또 동성혼 허용과 최저임금제 확대 등을 주장하며 보수 그룹 내에서 진보적 색채를 지닌 정치인으로 지지도를 높여왔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눈에 든 그는 이후 가족청년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2013년 12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국방부 장관에 발탁돼 5년 넘게 독일의 안보 정책을 총괄해왔다.
EU의 경제 정책을 총괄할 라가르드 ECB 신임 총재 내정자는 파리10대학 로스쿨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4~2004년 매킨지에서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다. 2005년 49세에 프랑스 통상장관에 지명되면서 정계에 입문한 그는 2007년 재무장관에 발탁된 데 이어 2011년 IMF 총재 자리에 올랐다. 프랑스 재무장관과 IMF 총재 모두 여성으로서는 처음이었다.
그는 주요 보직에서 여성 리더로서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남성으로 가득한 회의장에서 그는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이 너무 많다”라며 남성 중심의 정책 결정을 자주 비꼬아 온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고교 시절에는 대표적인 여성 스포츠인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프랑스 국가 대표로 활약하기도 했다.
EU 정상들은 아울러 이번 정상회의에서 후임 상임의장으로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를, 외교ㆍ안보 고위대표로 호세프 보렐 전 스페인 외교장관을 각각 내정했다. 또 EU의 입법기관인 유럽의회는 3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본회의를 열어 이탈리아 출신의 다비드 사솔리 의원을 9대 유럽의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했다. 이로써 ‘빅5’로 불리는 EU 내 다섯 개 주요 보직은 남성 3명, 여성 2명으로 채워지게 됐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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