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목선 은폐 없다지만… 남는 의문점]
‘하청 조사’ 한계 탓 의혹 그대로… 브리핑 온 청와대 행정관도 조사 안 해
북한 소형 목선 귀순 사건 관련 정부 합동조사단은 3일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ㆍ은폐한 정황은 없다며 ‘셀프 면죄부’를 내렸지만, 그간 제기된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특히 누가 ‘삼척항 인근’으로 발견 장소를 언급하도록 지시했는지,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개입은 어느 정도인지 등이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합동조사단이 축소ㆍ은폐 의혹의 정점인 청와대 안보실에 접근조차 하지 못한 ‘하청 조사’의 한계가 부실 결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사건에서 불거진 축소ㆍ은폐 의혹은 △목선 발견 위치를 ‘삼척항 인근’으로 표현 △첫 브리핑에서 “경계작전 문제 없다”는 발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개입 여부 및 청와대 행정관의 국방부 백그라운드(익명) 브리핑 참석 등 세 가지였다.
정부는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에 대해 군사보안상 통상적으로 쓰는 용어였으며 축소ㆍ은폐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해경이 (지난달) 15일 오후 2시 10분쯤 ‘삼척항으로 옴으로써’라는 표현으로 발견장소를 명시해 언론기관에 배포했다”며 “그러나 합참 공보실이 해경 발표 보도지침(PGㆍPress Guideline) 내용을 확인하지 못하고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을 17일에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러면서 “‘삼척항 인근’ 표현은 군이 군사보안적인 측면만 고려해 국민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깊이 생각하지 못한 점이 있다”며 용어의 부적절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군 당국의 경계를 뚫고 뭍까지 상륙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경우 경계 실패에 대한 책임이 커질 것을 우려해 고의적으로 ‘인근’이라는 표현을 쓴 것 아니냐는 게 논란의 핵심이었던 만큼, 정부 설명이 의혹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이날 정부가 경계작전의 실패를 시인하고 바로잡기는 했으나, 사건 초기 군 당국이 “전반적인 해상ㆍ해안 경계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감싸주기 평가를 내린 점에 비춰 ‘인근’이라는 표현이 뭔가 숨기려는 의도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의심은 여전하다.
군 당국이 첫 브리핑 때 잘못된 사실을 발표한 과정에 청와대 안보실이 개입했는지 여부도 명쾌하게 풀리지 않았다. 정부는 “안보실이 초기 상황을 공개하지 말자고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어 “매뉴얼에 따라 안보실, 국정원, 해경, 통일부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해경에서 사실 위주의 1보를 내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건 이틀 후 이뤄진 익명 브리핑을 할 때까지도 군 당국은 해경의 PG 발송 여부 자체를 알지 못해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조사단은 익명 브리핑에 몰래 참석한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일상적인 업무 협조의 일환으로 참석했다는 행정관의 해명만 전달받아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또 “해당 행정관이 17일과 19일 현장 발표 내용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들과 어떤 협의나 조율을 한 사항은 일체 없다”고 강조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내놓지 못했다.
청와대 개입 여부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것은 합동조사단이 청와대를 직접 조사하지 못한 채, 청와대 자체 조사 결과에만 의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합동조사단이 군과 해경, 국가정보원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한 것과 달리, 청와대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밝히지 않은 채 김유근 안보실 1차장에게 엄중경고를 내렸다는 결과만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의 대응을 질책했다고 했는데, 이중에서 청와대의 과오는 무엇이었는지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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